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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KB'만들고 떠나는 윤종규 회장 "리딩뱅크 만들었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아쉬워"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어..회사특성에 맞게 발전시켜야"
"CEO연임이 무조건 나쁜건 아니야..장기전 안목 필요"
"3연임 당시 이미 퇴임 염두에 둬..지난해 이후 준비"

[파이낸셜뉴스]
'1등 KB'만들고 떠나는 윤종규 회장 "리딩뱅크 만들었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아쉬워"
11월 퇴임을 앞두고 25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신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금융제공

"친구들은 제게 노란 피가 흐르는 게 아니냐고 놀리기도 하는데 그만큼 KB는 저에게 소중하고 감사한 일터였습니다."
오는 11월 퇴임을 앞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9년 간 KB의 상징색인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윤 회장은 재임 기간의 대표적 성과로 리딩(1등) 뱅크·금융지주 지위 탈환, 인수합병(M&A)를 통한 비은행부문 강화, 탄탄한 경영승계 구조 구축 등을 꼽았다. 아쉬운 점으로는 리딩금융그룹이라고 하지만 세계 순위는 60위권에 불과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규모로 보면 리딩금융그룹인 KB가 10위권 안에는 들어야 하는데 자괴감이 든다"며 "20년 전 KB에 합류하면서 했던 얘기가 '금융의 삼성을 만들겠다'였는데 씁쓸하다. 양종희 회장 내정자께서 한 단계 더 진보시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는 "지배구조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옳은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회사가 한 프레임(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굉장히 큰 착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회사의 연혁, 처한 상황, 업종 특성, 문화 등의 차이를 고려해 차이에 맞게 지배구조를 개발하고 육성,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KB의 경우 저와 이사회가 긴밀하게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최고경영자(CEO)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윤 회장은 "2018년 하버드 경영자 리뷰 자료를 보면 S&P500 기업 CEO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10.2년이고,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평균 재임 기간이 7년이라고 한다"며 "한국 금융회사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려고 하면서, 3년·6년마다 (CEO가) 바뀌는데 성과가 서서히 나오는 투자를 장기전 안목에서 어떻게 하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에는 CEO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냉정해지고 객관화되는 분위기"라며 "주주들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공유하고 있는 만큼 주주를 믿고 CEO재임기간에 대해서는 회사별로 차별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본인의 경우 이미 3연임 당시 퇴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용퇴의사를 밝힌 게 의외였다'는 질문에 "진짜 놀랐냐"고 되물으며 "부회장 제도를 도입한 3연임 때 이미 퇴임을 결정하고 있었다. 부회장제도 운영 취지가 후계자 육성이다"고 말했다. 이어 "진퇴는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훌륭한 선배들을 보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진퇴는 미리 결정해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줄곧 지난해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양종희 차기 회장 내정자가 은행장 경험이 없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저도 은행장 경험이 없다"며 적극 방어했다.

윤 회장은 "저 역시 처음 KB회장을 맡으며 은행장을 겸임한 것이지 은행장 경험이 없었다"며 "그에 비하면 양종희 내정자는 20여년 간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다 경험했다.
게다가 지금은 은행에 이재근 행장이라는 훌륭한 버팀목이 있고 양 내정자는 은행과 비은행 양날개를 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겸비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퇴임 후 거취와 관련해서 윤 회장은 "아직 임기가 두 달 가량 남아서 천천히 생각해보려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몇몇 금융관료들과 함께 윤종규 회장도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