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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대응] 부진 빠진 독일 경제... 원인은 에너지

[이슈대응] 부진 빠진 독일 경제... 원인은 에너지
지난 2월13일(현지시간) 독일 남서부 진델핀겐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지털화된 공장인 '팩토리 56'에서 직원들이 S-클래스 차량을 제작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유럽의 경제대국 독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에 산업용 기계와 고품질의 승용차를 수출하면서 시장을 장악했던 독일 경제가 선진국 중 가장 부진에 빠지고 있다.

독일의 경제는 지난해 마지막 분기에 전월 대비 마이너스(-) 0.4%, 올해 첫분기에 -0.1%, 2·4분기에는 0% 성장을 기록했다.

독일의 침체는 일반적인 침체와는 다르다. 일자리가 넉넉해 기업간 구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지난 5월 실업률은 2.9%로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평균인 6.5%보다 낮았다.

독일의 경제 상황에 대해 1년 이상 저성장이 지속되는 스태그네이션과 침체의 중간인 ‘슬로우세션(slowcession)’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일자리가 넘치고 낮은 부채로 세계 여러 국가들의 본보기 였던 독일이었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주요 경제국에서 유일하게 성장이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슈대응] 부진 빠진 독일 경제... 원인은 에너지
독일 국내총생산(GDP) 추이. *전월 대비. 단위: %. 자료: tradingeconomics.com

■천연가스 등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타격
독일 경제의 후퇴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시켰다.

전쟁 이전에 싸게 들여왔던 러시아산 천연 가스 공급이 끊기면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인 자동차와 금속, 유리, 비료 산업이 충격을 받았다.

에너지 비용은 비싸지고 독일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제조업 강국 독일의 ‘탈산업화’ 우려와 함께 공장과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화학업체 에포니크 인더스트리스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안 쿨만은 지난 24일(현지시간)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공장 가동에 필요했던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 독일 경제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했다”라며 국내 보다 외부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스 가격은 2021년에 비해 2배 비싸지면서 자동차와 빌딩에 필요한 철강이나 유리 같은 제품 생산을 위해 공장을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기업들은 타격이 크다.

또 다른 독일 경제 부진 원인은 주요 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둔화 때문으로 외부의 충격은 그동안 디지털 기술과 재생 에너지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독일 경제의 약점을 노출시켰다.

■과거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판 이어져
에너지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독일 정부가 지난 2011년 기존의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쇄시킨 결정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또 발트해의 해저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 파괴를 계기로 독일 정부는 그동안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이 실수였다고 시인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기업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에포니크의 쿨만 CEO는 독일과 유럽연합(EU)이 보조금 지급을 추진하지 않는 등 소극적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에포니크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제조의 주요 원료인 지질 생산 공장을 미국 인디애나주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며 신속한 승인과 최대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의 보조금까지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독일 베렌베르크은행의 이코노미스트 홀거 슈미딩은 독일 경제의 황금기인 2010~20년에 잘못된 탈원전과 천연가스 프래킹(수압파쇄법) 금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지나친 의존 같은 에너지 정책으로 현재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우선 지원하기 위해 에너지 가격 상한제 도입을 요구했다.

도이체방크 CEO 크리스티안 제빙은 지난 20일 열린 한델스블라트 은행 포럼에서 독일의 구조적인 문제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그러지 않는다면 "유럽의 아픈 사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에너지 비용 뿐만 아니라 느린 인터넷 접속, 낡은 철도망, 숙련된 기술자 부족, 지나친 관료 주의와 승인에 걸리는 오랜 시간 등이 독일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