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재가입, 농오천상생기금 부족 이유로 4대 그룹 소환 검토
"짧은 대답 위해 하루종일 국감장 출석" 국력 낭비 지적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9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수정)'이 통과되고 있다. 2023.08.24. scchoo@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회가 올해 국정감사에도 어김없이 주요 기업총수 소환을 예고했다. 한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과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두고 4대그룹 총수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으며 '잼버리 파행' 등 정치권 이슈까지 등장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기업 인사들을 국감장으로 소환하는 분위기다. 내달 10일 열리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재계가 바싹 긴장하는 가운데 국정 운영 전반을 감시하기 위한 국정감사의 본래 목적이 '기업 길들이 감사'로 변질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뜩이나 생산·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까지 악화되는 상황에서 일단 부르고보자는 식의 국감 증인 신청 관행은 경제살리기에 역행한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산자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1차 국정감사 일반 증인 및 참고인 명단을 의결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4대 그룹 총수는 일단 명단에서 빠졌다. 여야는 추가 협의를 거쳐 최종 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4대 그룹 총수가 국정감사 명단에 오른 이유는 한경연 재가입 이슈 때문이다. 4대 그룹은 2017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정견련을 탈퇴했지만 전경련이 한경연으로 탈바꿈하면서 다시 회원사가 됐다. 여당 측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산자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 쪽에서도 통과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여당은 정책 국감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회장이 아닌 실무진 급으로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
한편 이날 의결된 1차 증인 명단에 4대 그룹 총수는 빠졌지만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 등은 최종 포함됐다.
농해수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실적 저조를 문제 삼아 4대그룹과 함께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다수의 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여·야·정이 마련한 기금으로, 2017년 3월에 출범해 매년 1000억원씩 1조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였다. 야당에선 현재까지 모인 금액 약 2100억으로 목표 금액에 턱없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기업을 압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애초 자율에 맡긴 기금과 관련해 납부를 강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아직까진 야당 출석 요구에만 포함됐으며,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난항을 겪는 만큼 야당도 철회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21일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최종 채택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질타가 쏟아질 전망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지난해에 이어 열악한 노동 환경과 관련해 정종철 쿠팡풀필먼트 대표이사가 재소환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그 외에도 끼임 사고가 발생한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 온열질환 근로자 사망자가 나온 코스트코의 조민수 대표 출석도 거론된다.
여당은 '가짜뉴스 의혹'과 관련해 네이버·카카오 대표 소환을 예고했지만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최종 명단에는 빠졌다. 지난 대선을 3일 앞두고 당시 윤석열 후보에 불리한 내용을 내보낸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해 포털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막판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가족위원회에선 야당 측이 '바가지 가격 논란', '곰팡이 달걀' 등 지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불거진 문제와 관련해 GS리테일 대표 아워홈 대표를 증인 요청 명단에 올렸다.
재계에선 최종 증인 채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도 국정감사 대상의 예외는 아니지만 과도한 출석 요구는 오히려 국가 경제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산자위 회의에서 "기업 국정감사 때 대부분 임원도 아니고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바쁜 사람들을 부르는데 짧은 대답을 위해 하루종일 앉아 있거나 대답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감은 기관 감사에 집중하고, 여야 의원들이 아침마다 모이는 자리에 CEO도 불러서 집중적으로 같이 연구하는 식으로 하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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