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한명숙·조국 등등 진실조차 부인하며 억지
李대표는 인정해야 살 것
인정이라는 말을 도무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갈수록 메말라 붙는 인정(人情)이 아니라 인정(認定)이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하는 그 인정이다. "내가 돈을 받았으면 소가 웃을 것이다." 증거가 나와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단골 언어다.
각설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내 재임기에 북한의) 군사도발이 '한 건'도 없었다."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에둘러 한 말의 일부다.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서해 공무원 피살, GP 공격, 탄도미사일 발사는 그럼 다른 대통령 때 있었던 도발인가. 9·19 군사합의를 먼저 깬 북한을 이렇게 옹호하고, 엇나간 남북 대화의 실패한 결과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그가 받은 억대의 수표가 여동생 전세자금으로 사용된 정황이 나와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복역하고서도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출소한 날 김진애, 최민희 등 추종자들은 한명숙에게 "그 맑음이 감동이다" "큰 감동과 깨달음을 안고 간다"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했다.
딸 조민의 입시비리에 연루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7건의 입시서류 조작 등의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딸 조씨 역시 법원에 기소되고서도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듯이 SNS 활동에 몰두하며 희희낙락하고 있다. 도통 반성이라고는 모르는 부녀다. 그러니 과오의 인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인정할 줄 모르는 계보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잇고 있다. 영장심사와 재판이 남아 있으니 무죄추정의 원칙은 이 대표에게도 적용된다. 검찰 수사가 사실이라고 전제할 때 '인정 못함'에 관한 한 이 대표는 '최강'이다. 그의 시각에서는 모든 게 조작이요, 탄압이다. 바늘 끝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견고한 멘탈이다.
문재인의 '꼬붕'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반박하기 위해 최근 논문까지 썼다고 한다. 보나마나 견강부회로 가득 찬 논문일 것이다. 그들의 당(黨)도 어쩔 수 없이 실패를 인정했는데 고집을 꺾지 않는다.
인정은 반성, 사과, 책임 등과 잇닿아 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반성하지 않는다며 사면에 분노했던 야당 인사들에게서 정작 자신들은 반성하고, 인정하고, 사과하고, 책임지겠다는 언사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돈을 받은 적도, 경제를 망친 적도, 통계를 조작한 적도, 배임행위를 한 적도 없다는 태도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일사불란하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출한 지 한 달이 됐다. 악다구니를 쓰며 난리를 치는 이들이 있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주말 노량진수산시장에 가보았다. 횟집(양념집)에 줄을 서서 들어갈 차례를 기다릴 만큼 손님이 넘쳐났다. 걱정하는 눈빛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훗날 광우병 사태처럼 무슨 일도 없었을 때 반대한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기대는 미리 접는다.
극렬했던 광우병 시위 후 15년이 지난 지금 앞서 말한 대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위 주도자들의 인정과 사과는 여태 없다. 다만 민경우 전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만은 달랐다. 그는 "옛일을 곱씹어 보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우병에 대해, 팩트에 대해 회의를 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권 퇴진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만 얘기가 오갔다"고도 했다.
인정과 반성을 모르는 지독함은 소위 '개딸' '대깨문'이라는 정치적 막무가내 세력을 낳았다. 이런 팬덤정치의 범람 또한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정파적 이익 앞에서는 진실도 없고, 정의도 없다. 유권자들도 정치를 닮아가고, 정치인들이 그렇게 만든다. 틀렸다면 틀렸다고 인정할 줄 아는 것은 바른 정치의 시작이다.
큰 정치, 대범한 정치인의 길이기도 하다. 기대 난망이지만, 이 대표가 살아나려면 죄를 일부라도 인정해야 한다.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남은 것은 당과 공멸하는 것뿐이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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