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는 4차 방정식, 방산 수출에도 긍정적
-고위력 탄도미사일 L-SAM은 거부적·보복적 억제의 대표무기
-한·미 장병 함께 당당히 행진, 한국형 확장억제력 메시지 담겨
-억제력, 가시성 제고 없이 달성 못해.. 군사력 있어야 외교·평화도 논의
-민군 신뢰성 계기, 자유민주주의 국가 열병식과 시가행진의 근본 이유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비장함과 엄중함을 전달하기라도 하는 듯 비가 오는 가운데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더욱이 10주년 만에 대규모로 시가행진까지 진행되었다. 독재국가에서는 정권안보를 위해 군대 열병식을 자주 거행한다. 군대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북한이다. 그렇다면 독재국가와 달리 정권의 정통성과 합법성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는 왜 열병식은 하는 걸까? 한국의 이번 열병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선 국군의 날 행사의 법적 근거는 대통령령에 있다. 대통령령 제33620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26번 항목에 포함된 국군의 날은 “국군의 위용 및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국군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행사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국군의 날 행사는 북한이 북핵 고도화에 홀로 전력질주하는 것을 넘어 북러 무기거래 정황까지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국군의 날 행사는 1) 긍지 2) 사기 3) 억지 4) 위상이라는 요소가 모두 포함된 4차 방정식 성격이 있다. 첫째, 긍지 측면에서 이번 국군의 날 행사는 국민들이 선진강국이 된 한국의 군사력을 도심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여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 사기 측면에서 국군의 날 행사준비 과정에서 전투태세를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되고 나아가 시가행진을 통해 시민이 박수갈채를 보내면서 장병의 사기는 고양된다. 셋째, 억지 관련해서는 최첨단 무기 공개를 통해 북한이 오판하지 못하도록 강압함으로써 억제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넷째, 강한 군대와 첨단무기는 국력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이번 군사력 현시를 국제무대에서 국가위상을 제고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방산 수출에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4차 방정식을 구성하는 변수 중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서 가장 도드라진 것이 ‘억제’ 요소였다. 억제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자강과 외연을 모두 반영했기 때문이다. 우선 자강 측면에서는 한국형 3축 체계의 신뢰성과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전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L-SAM과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선보였다. 소위 거부적 억제와 보복적 억제의 대표무기를 등장시킴으로써 자강 기반 억제력을 현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더불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규모로 미군 전투병력도 함께 참가함으로써 동맹기반 억제력도 보여주었다. 한국장병과 미국장병이 함께 당당히 행진하는 모습을 통해 굳건한 한국형 확장억제력도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억제력은 가시성 제고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그리고 군사적 차원에서의 가시성은 군사 현시이고 평화적 군사 현시를 위한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열병식과 시가행진이다.
강력한 군사력이 구비되고 공고한 대비태세가 있어야 외교도 평화도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국군의 날 행사는 이러한 상식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면서 군인은 본연의 임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국민은 이러한 군인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귀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도 열병식과 시가행진을 거행하는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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