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제작]
[파이낸셜뉴스]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남북관계발전법 일부 개정안 위헌확인 심판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심판대상 법안은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24조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등을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법 조항이다.
2020년 5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김정은 규탄' 내용이 적힌 전단을 북으로 날린 뒤 북한이 강력 반발하자 이후 발의된 법안이다. 이후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면서 논란이 컸다.
이날 헌재는 7명의 재판관이 이 법 조항에 대해 위헌 판단했지만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의견이 다소 달랐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이 법 조항이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원칙을 모두 위반했다고 본 반면, 유남석·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과잉금지원칙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면서 미수범도 처벌하고 징역형까지 두고 있는데, 이는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행사"라며 "이 조항으로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되고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될지는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초래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신체에 발생할 수 있는 위해나 심각한 위험은 전적으로 제3자인 북한의 도발로 초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봤다.
유남석·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이 조항이 정한 결과의 발생이 북한의 개입으로 실현되는 것이기는 하나, 이는 전단 등 살포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이뤄진 것으로 타인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즉, 이 조항이 비난가능성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책임주의원칙 위반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과 내부의 정보 유통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북한의 특성상,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표현의 내용은 상당히 포괄적이므로 이 법 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광범위하고,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국가형벌권 행사가 최후수단으로서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법익의 침해·위험을 동등한 정도로 방지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에 따른 처벌은 남북합의서의 유효한 존속을 전제로 하므로, '전단등 살포'를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전단 살포 억제를 위해서라도 남북합의서를 준수할 이익이 있고 북한이 이를 준수하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바 이러한 공익을 고려하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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