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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실 뇌관 '좀비기업' 급증, 썩은 싹은 미리 도려내라

기업부채 GDP 대비 124%로 급증
한계기업 연쇄도산 위험 점점 커져

[fn사설] 부실 뇌관 '좀비기업' 급증, 썩은 싹은 미리 도려내라
자료=한국경제인협회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계속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7년 이상 영업이익을 내고도 이자를 못 갚는 장기 존속 한계기업이 903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전체 한계기업의 23%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뜻한다. 한계기업 넷 가운데 하나가 사실상 좀비기업이라는 말인데, 이대로 방치하면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한계기업이 쌓이는데도 기업 부채는 줄지 않고 있다. 한은 통계를 보면 2·4분기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는 124%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3·4분기 들어서도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한 달 새 8조원 넘게 불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압박하자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은행들의 무리한 대출경쟁은 결국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특히 경기가 나빠지면 부실화하기 쉬운 중소기업대출 증가세가 가팔라 심각성을 더한다. 은행 기업대출 증가분 60%가량이 중기대출이다. 이달 말이면 중소기업·소상공인 코로나19 대출 상환유예 조치가 만료된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부도 위기로 몰릴 수 있다.

고금리 사이클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가계빚은 물론 기업빚 관리를 더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과 긴축 장기화를 시사해 기업들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지난 5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4.5%를 넘어서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고금리 장기화 전망 때문이었다. 침체를 우려해 선뜻 금리를 올리지 못한 한국은행이 향후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다. 빚더미 한계기업의 연쇄도산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이후 유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배럴당 90달러를 훌쩍 넘겨 100달러에 근접했다. 미국 셰일업계는 추가 증산이 없으면 120~15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25일 내놓았다. 2026년까지 유가가 150달러 선까지 오른 뒤 장기적으로 100달러대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JP모건의 암울한 예측도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이런 환경에서 나아질 리 만무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월 BSI 전망치는 19개월 연속 기준점(100)을 밑돌았다. 전월 대비 하락 폭은 26개월 만의 최대였다. 산업 활력을 끌어올릴 정부의 강력한 유인책이 절실하다.


빚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옥석을 가려 퇴출시킴으로써 시장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좀비기업은 솎아내고 성장잠재력이 확실한 알짜기업들은 적극 지원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전체를 살리려면 썩은 싹을 미리 잘라내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