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300여 명 가입된 익명 단톡방
단톡방 개설 후 교직원 33% 전보전출 신청
서울시 강남지역에 있는 A초 학부모 등이 만든 단톡방 'A사모'에 올라온 글. 출처=교육언론창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단톡방을 만들어 교사들에게 지속해서 갑질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전문매체 ‘교육언론 창’은 강남의 A초등학교 학부모 일부가 카카오톡 단톡방을 만들어 교장과 교사 등 교원들을 초대한 후 “교장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 등의 글을 올리며 교사와 학교에 협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난 26일 보도했다.
현재 366명이 가입된 이 단톡방의 이름은 ‘A사모’다. 2021년 9월 3일에 개설됐으며, 이 학교 일부 학부모들이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모듈러(임시 조립식) 교실’ 반대 활동을 벌일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매체는 A사모에 학부모 등이 2021년부터 현재까지 올린 글과 사진 등을 공개했다.
2021년 9월 7일 학부모 B씨는 단톡방에 교장이 버젓이 들어와 있는 데도 “교장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글을 적었다.
당시 교장이 충격을 받자 또 다른 회원은 “교장 선생님 몸이 많이 안 좋아졌네. 부검해봐야 할 듯”이라며 조롱했다. 이에 다른 학부모는 “부검하자”라고 호응했다.
서울시 강남지역에 있는 A초 학부모 등이 만든 단톡방 'A사모'에 올라온 글. 출처=교육언론창
서울시 강남지역에 있는 A초 학부모 등이 만든 단톡방 'A사모'에 올라온 글. 출처=교육언론창
또 ‘남편권력’을 내세우는 글을 통해 학교를 압박하는 일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해라” “점잖은 아빠들 나서면 끝장 보는 사람들이다” “괜히 사회에서 난다 긴다 소리 듣는 거 아니다” “진짜 이런 분들 나서면 무서운 것 알아야 한다” 등의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학부모는 “여기 학부모들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만 있는 줄 아나 본데, 왜 친인척 중에 고위공무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라면서 “조용히 정년까지 갈 마지막 기회”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교장에게 “미친 여자”라고 욕하며, 교장 실명을 거론해 “OOO씨, 동대문에서 장사하다 왔나?”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매체에 따르면 단톡방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한 교사가 병가를 내자 학부모는 “코로나? 식중독?”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건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이 단톡방에 올라온 글 대부분은 교사와 교장 등 교원들을 저격하는 글이다.
한 교사는 매체에 “우리는 교사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단톡방에서 언제든지 조리돌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교육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며 “이것은 교사 사냥이다”고 토로했다.
한편, 매체 보도 후 한 학부모는 “A초 학부모는 3000여명인데 이 단톡방에 들어와 있는 분들은 300여 명에 불과하다”며 “이들이 마치 학부모 전체를 대표하는 양 익명성 뒤에 숨어서 학교를 공격하는 바람에 우리 아이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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