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노트]는 국민건강과 직결된 의료계, 제약·바이오 업계 소식을 심층 취재하여 연재합니다. 9월 마지막 주는 ‘수술실 CCTV 의무화법’ 시행에 맞춰 의료계와 환자들의 생생한 의견을 2회에 걸쳐 전달합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전면 시행된 2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다. 2023.9.25 /뉴스1
“남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면 주거침입죄, 남의 물건을 무단으로 파손하면 재물손괴죄로 처벌받는다. 전신마취 되어있는 인간의 생명을 동의받지 않은 사람들이 째고 주무르고 하는데도 형사적인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것은 상당한 모순이다” - 의료정의실천연대 이나금 대표
[파이낸셜뉴스] 지난 25일부터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경우에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한 법안이 시행된 가운데, 이를 두고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CCTV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한 개정 의료법을 본격 시행했다. 2016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숨진 고 권대희씨 사건 이후 7년 만이다. 이러한 조치는 수술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2021년 9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 조치다.
해당 법안은 전신마취 수술을 받는 환자는 병원에 CCTV 촬영을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병원은 최대 5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환자단체 “완벽하진 않지만, 법안 시행된 것에 의미”
지난 25일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 국민병원에서 폐쇄회로(CC)TV가 수술실 천장에 설치되어 있다. 2023.9.25 /연합뉴스
해당 법안 시행에 관련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의료정의실천연대 등 환자단체는 시행되는 법안이 완벽하지는 않다면서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이하 안 대표)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찬성이라기보다는 (법안 시행이) 필요하다”며 “수술실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서는 다른 효과적인 방법이 없는 상황에 유령수술이나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위해서 입법화까지 간 것”이라고 짚었다.
의료정의실천연대 이나금 대표(이하 이 대표) 역시 “출발은 많이 부실한 상태에서 시행되는 법안이지만 의무화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며 해당 법안이 전 세계 최초로 시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촬영 예외사항 너무 많고, 30일 보관기간은 짧아” 실효성 지적
다만 환자단체는 수술실 내에서 CCTV촬영이 제한되는 예외사항에 대해서는 “너무 광범위하고 주관적이어서 실효성의 의심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이 대표는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을 가진 경우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 CCTV 촬영이 제한된다’는 예외 조항에 대해 “제한 범위가 너무 주관적이고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촬영된 영상의 보관기간이 30일이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촬영된 영상을) 열람하려면 수술에 참여한 모든 의사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로컬 병원에서는 의사가 몇 안 되지만 대학병원 같은 경우에는 참여한 의료진이 상당히 많으니 해당 의료진의 동의서를 받는데에만 30일이 빠르게 지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토요일, 일요일을 제외하면 한 달에 20일 정도밖에 안 된다”며 “적어도 (보관 기간이) 90일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 법안은) 완전히 의사쪽 주장이 더 많이 반영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실효성 문제를 환자 측면에서도 언급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 역시 “의료라고 하는 특성상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영상을 공개하고 분석하는 데에) 한 두 달은 빠르게 지나간다”며 “적어도 (보관기간이) 90일내지 100일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정부가 어렵게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놓고 시행을 하려고 하기 위해 의료계 측 이야기만 다 들어주고 환자들의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CTV 설치로 의사들 실력 발휘 못한다는 것은 억지 주장” 반박
지난 25일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의료진이 수술실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의료계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반대의 이유로 CCTV가 설치되면 의사들이 압박감에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해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꼽은 데 대해 환자단체는 ”억지 주장“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대표는 ”없는 것보다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것으로 인해 실력발휘를 못한다면 집도할 숙련도가 떨어지거나, 자신이 없거나, 수술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안 대표 역시 “CCTV 설치 의무화가 도입되기 전 이미 전국 병원의 20%정도에서 CCTV가 설치되어 촬영하고 있었는데, 20%일 때는 괜찮고 100%일 때는 실력발휘가 안된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다만, 안 대표는 “의사들이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고도 감시 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그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CCTV 설치로 의료분쟁 줄어들 것” 순기능 강조한 환자단체
특히 환자단체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통과로 인해 오히려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며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의사들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안 대표는 “CCTV 설치 이유 중 하나가 유령수술과 무자격자 대리수술 예방하는 것이 있고, 두 번째는 성추행 같은 성범죄가 있다”며 “세 번째는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CCTV는 정밀한 카메라가 아니니 의료과실인지 알 수는 없으나 의료 사고 발생 뒤 적절하게 대응했는지는 확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의료사고에서 CCTV가 결정적인 증거자료가 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에게 의료사고는 항상 100전 100패였는데, CCTV로 (환자들도) 승소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증거자료로 활용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서도 “CCTV가 정밀한 수술 부위를 촬영하는게 아니라 전체적인 정황을 보는 것이라 환자단체에서도 효과가 높진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반대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가 적절하게 대처했었으면 CCTV 때문에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의료과실이 있다고 하면 병원에서 빨리 인정하고 합의를 한다던지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증거를 확보해서 형사처벌을 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개념보다는 분쟁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CCTV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짚었다.
"사고와 사건은 달라.. 의료사고라는 용어부터 바꿔야"
이 대표는 “남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면 주거침입죄, 남의 물건을 무단으로 파손하면 재물손괴죄로 처벌받는다. 전신마취 되어있는 인간의 생명을 동의받지 않은 사람들이 째고 주무르고 하는데도 형사적인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것은 상당한 모순이다”라며 “CCTV로 촬영을 해야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하다가 과실이 생긴건지, 불법 의료 행위를 하다가 사건이 생긴건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사고와 사건은 다르다. 사건이 생긴 건지 사고가 생긴 건지 확인을 해야 하기에 CCTV가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에서 병원 사고는 다 의료 사고로 나가는데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 사고와 사건을 구분하기 위해서라도 CCTV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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