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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혼돈 美의회 그리고 국제적 불안정성 [fn기고]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미국 '아메리칸드림' 성공의 역사, 자유민주주의 롤모델   -미국 정치, 시대 변화에 따라 혼돈의 뉴노멀 상황 누적  -미 정치 불안, 국제 불안정·국제질서 변경 도전 거세질 개연성   -미 신권력 등장, 한미동맹·한미일 협력체 차질 빚게 될 가능성도   -미국의 정치 변화에 회복력 갖는 ‘플랜 B’ 마련에 관심 가져야   -韓, 국익 지속 견인 가능 옵션과 인프라 구축 고민해야 할 시점

[파이낸셜뉴스]
사상 초유의 혼돈 美의회 그리고 국제적 불안정성 [fn기고]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미국의 역사는 한 마디로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을 이루어 나간 성공의 역사다. 당시 감히 상상조차 어렵던 자유가 넘쳐나는 최고의 국가와 사회를 지향했고 상당 부분 목표에 다가갔다. 유럽의 왕정을 단호히 끊어내고 현대적 공화제를 완성하여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롤모델이 되었고, 경제적으로는 자유경쟁을 통해 번영을 이룬 성공의 역사가 있다.

사람이든 국가든 영원한 성공이란 없다. 계속되는 노력과 부족한 부분에 대한 성찰과 교훈이 없으면 위기에 직면한다. 최근 미국에 따라붙는 아메리칸드림의 수식어가 약해지고 있다. 더 이상 유일한 초강대국이라는 수식어도 사라지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 동급경쟁자가 등장하는 가운데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세력 재배분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 내부의 정치가 사상 초유사태와 혼돈이 지속되는 ‘뉴노멀(New Normal)’이 빈번해지는 상황이 누적된 결과이기도 하다.

혼돈의 미국 정치를 논할 때 트럼프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자다. 따라서 그의 결정은 단지 미국을 넘어 글로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그런데 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범죄 협의로 머그샷까지 찍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기이한 정치 지도자 한 명의 문제로만 보기에는 미국 사회가 심상치 않다. 머그샷이 찍힌 후 트럼프의 지지율이 되레 상승해 59%를 기록하며 공화당 대선후보 1위 자리를 사실상 굳힌 상태다. 나아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현직인 바이든 대통령보다도 지지율이 높다는 결과도 보이고 있다. 미국정치에 반성과 성찰이 아니라 아집과 편향이 가득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의회에서도 뉴노멀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서열 3위의 위치에 있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023년 10월 3일 미 의회 사상 처음으로 해임되었다.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당내 불만이 제기된 결과지만 미국 정치가 더 이상 롤 모델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의 국내정치적 불안정은 국제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미국 국내정치적 혼돈을 틈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규칙기반 질서 등 기존의 세팅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미국정치의 혼돈은 남의 일일 수 없다. 특히 한국에는 그 파급력이 더 심대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치, 경제 발전의 원동력에서 한미동맹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로 적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한국이 외교적 지평을 대폭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역할과 책임이 글로벌 무대로 확장되었고, 한미일 협력체라는 새로운 아키텍처(Architecture=지극히 현실적인 의미의 청사진)도 가동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국내 정치가 요동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권력의 등장으로 동맹을 재규정하고 대외정책을 되돌린다면 한국의 새로운 대외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의 국내정치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대외전략 마련 자체는 어렵더라도 미국의 국내정치 변화가 생겨도 회복력(resilience)을 가질 수 있도록 ‘플랜 B’ 마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개인도 아닌 국가가 ‘플랜 B’ 없이 너무 많은 것을 하나의 플랫폼에만 쏟아부어 모든 외교적, 전략적 옵션을 소진하는 것은 위험하다. ‘플랜 B’를 준비해 놓았지만 ‘플랜 A’를 지속할 수 있으면 안정적인 대외전략 추진이 가능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고, ‘플랜 B’ 시행에 나서야 할 상황이라면 준비된 한국에는 새로운 도전에 의연하게 대처할 회복력이 생기는 셈이다. 앞으로 미국의 국내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되더라도 국익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다양한 대응 옵션과 인프라 구축을 조금씩 고민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