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경쟁 우려에 ‘은행채 발행한도 제한’ 폐지
8~9월 두 달 연속 은행채 순발행..“물량 더 풀린다”
발행량 늘면 은행채 금리 자극해 대출금리↑
7% 넘긴 주담대 상단, 연내 8% 가능성 제기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폐지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유치한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과열된 은행권의 수신경쟁을 잠재우고자 자금조달 통로를 열어준 것이다. 그러나 은행채 발행액 증가가 시장금리를 견인해 향후 대출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 예적금 경쟁 막자”..금융당국, 은행채 발행 한도 폐지
2023년 은행채 순발행액 추이 |
구분 |
규모 |
1월 |
-4조7100억원 |
2월 |
-4조5100억원 |
3월 |
-7조4100억원 |
4월 |
-4조7400억원 |
5월 |
+9595억원 |
6월 |
-1조5005억원 |
7월 |
-4조6711억원 |
8월 |
+3조7794억원 |
9월 |
+4조6800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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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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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채 발행 한도 규제를 이달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초우량채인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 채권시장 불안이 심화하자 차환목적의 은행채 발행(만기도래 물량의 100%)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어 올해 3월부터는 월별 만기도래 물량의 125%까지만 발행을 허용하고 지난 7월부터는 분기별 만기 도래액의 125%로 규제를 일부 완화한 뒤 이번 4·4분기부터 발행 한도를 풀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연 5~6%짜리 고금리로 예치한 100조원 가량의 거액 수신 만기가 돌아오자, 최근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4%를 넘어서는 등 수신경쟁 과열이 우려된 데 따른 조치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공시된 은행권 정기예금(만기 1년) 36개 상품 중 14개가 최고 연 4%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금융권도 수신 이탈을 막기 위해 예금금리를 높이며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만기 1년 평균금리는 이날 기준 연 4.20%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발행 한도 규제를 해제하면서 은행채는 순발행 기조는 4·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는 지난 8월과 9월에 각각 3조7794억원, 4조6800억원 순발행됐다. 은행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5월 한 달을 제외하고 지속 순상환 추세를 보였으나 최근 예·적금 만기 도래에 따른 자금 수요가 드러나면서 최근 순발행액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4·4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는 약 46조2902억원으로 추산된다.
■“주담대 더 오르나”..대출금리 동반 상승 부작용 우려
문제는 은행채 발행 한도가 해제되면서 물량이 늘어나 시장금리가 상승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은행채 발행액이 늘어날 경우 채권금리를 높게 책정해야 물량이 소진될 수 있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00~6.44%로 은행채가 순상환됐던 지난 7월 말(3.76~6.18%)과 비교해 상단과 하단이 각각 0.26%p, 0.24%p 올랐다. 이는 고정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두 달 새 0.208%p 오른 결과다.
변동금리도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올라갈 수 있다. 5대 은행의 변동금리는 이날 4.17~7.12%로 집계돼 지난 7월 말(4.80~5.89%)보다 상단과 하단이 각각 1.23%p, 0.63%p 상승하는 등 오름세다.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는 금융채 금리 등 정보제공은행 8곳의 전월 자금조달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정된다. 시장금리가 시차를 두고 코픽스에 적용되는 만큼 변동금리도 이달부터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당국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비율을 당분간 95%로 유지해 은행채 발행 유인을 줄이고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LCR이란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로 규제비율이 현행으로 유지될 경우 은행은 현금 조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신을 통한 자금 조달 경쟁이 2금융권까지 번지지 않게 조달 방법 다각화를 위해 은행채 발행 한도 폐지를 결정한 것”이라며 “대출금리 상승 등 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도 철저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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