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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소원수리 받겠다"… 국회 '규제완화 입법' 청신호 [총선 앞둔 민주당 친기업 행보]

민주 '국제경쟁력 강화 의원 모임'
삼성·SK·현대차 등 대기업 초청
6차례 세미나 갖고 요구사항 취합
핵심의제는 총선 공약 포함 검토

"대기업 소원수리 받겠다"… 국회 '규제완화 입법' 청신호 [총선 앞둔 민주당 친기업 행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미래 모빌리티 비전과 과제'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국내 유수 대기업들로부터 규제완화 등을 포함한 이른바 '소원수리'를 받기로 하면서 향후 기업규제 관련 입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원내 다수당의 입법 지위를 활용해 기업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다양한 민원을 청취, 반(反)기업 정서를 떨쳐냄으로써 친기업 마인드를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기업규제 완화 내지는 철폐와 관련된 입법안 처리를 위해 핵심의제의 경우 내년 총선 공약에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내부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주요 기업들은 반도체를 비롯해 이차전지,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 진흥에 필요한 지원과 규제완화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정리해 제출하라는 요구를 민주당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4일 확인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에 "최근 몇 개월 동안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려 기업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수차례 열었다"며 "세미나에 참석한 기업들에 필요한 지원과 규제완화 등 상세한 내용들을 문서로 작성해 제출해 달라고 요구해놨다"고 밝혔다.

■6차례 세미나 후 문서 요청

민주당 내 '글로벌 기업 국제경쟁력 강화 의원모임'은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6차례 세미나를 열어 기업과 학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삼성전자부터 시작해 SK,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모빌리티에 더해 신한투자증권과 MBK파트너스 등 금융투자업계도 만났다. 모임 측은 5일 한화그룹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이들 기업에 추가로 요구사항을 제출하라고 한 건 실질적 입법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세미나는 공개석상인 데다 학계 토론 위주라 기업들이 노골적으로 요구사항을 드러내긴 어려웠던 만큼 구체적 입법사항들을 정리해 제출하게 한 것이다.

모임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세미나에 기업 대표들이 직접 참여해 발제에 나서긴 했지만 공개적인 자리라 원론적인 정도의 내용만 밝혀 구체적으로 어떤 게 필요한지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세미나 초청기업들에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문서로 제출하라 한 건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임은 기업들의 소원수리를 취합하면 당장 입법 추진이 가능한 것들과 차기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들을 추릴 계획이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뛰는 현대차, 카카오모빌리티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내용들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주요 핵심의제를 내년 총선 공약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욱 의원은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 초청 세미나에서 "모빌리티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세계의 완성차 업체와 플랫폼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어떤 상황인지 현대차와 이야기한 바 있고, 해외진출 포부를 가진 카카오모빌리티도 새 자동차 강국이 되는 데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소원수리 내용은 비공개

다만 기업들의 제도개선 등 요구사항들은 비공개한다는 게 민주당의 방침이다. 당 정책기조에 따라 수용키 어려운 내용도 있을 것이고, 야당에 요청했다는 이유로 정부·여당의 '견제구'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 관계자는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사항들도 상당할 것이라 자칫 당의 입장에 오해가 생길 수 있어 공개하진 않을 것"이라며 "거기다 기업들로서는 야당에 요청한 사항들이 알려지게 되면 정부·여당에서 그 부분들에 대해선 들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세미나 내용을 통해 민주당에 요청될 사안들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는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박사가 반도체특별법을 거론하면서 "앞으로도 국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추가적 입법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K-칩스법 시즌2'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언급했던 국내외 대규모로 진행되는 생산시설 증설을 지원하는 투자세액공제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세미나에 참석하는 한화그룹도 그 연장선에서 태양광 모듈 생산시설 증설을 지원하는 세액공제 등 지원책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빌리티 산업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국내에서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플랫폼에 밀리지 않도록 개인정보 보호 규제완화와 지원 등을 직접 요구한 바 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