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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에 LG 우승…꼬마 팬이 아저씨로” [한승곤의 이사만루]

LG, 29년만에 정규리그 우승… 한국시리즈 직행
부산 원정길 버스안에서 우승확정
LG팬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온다"

“29년 만에 LG 우승…꼬마 팬이 아저씨로” [한승곤의 이사만루]
4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종료 후 열린 정규리그 우승 행사에서 LG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10.4/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사진=뉴스1

<편집자주>프로야구 구단 LG트윈스가 지난 3일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다음날인 4일 정식으로 '우승 세레모니'를 했다. 1994년 이후 첫 정규시즌 우승 확정을 하고 이번 우승까지 무려 29년이나 걸렸다. 당시 부모님 손에 이끌려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LG를 응원했던 꼬마는 이제 성인이 되었다. LG 팬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지만, 잠시 전력분석을 멈추고 29년이나 우승을 기다린 팬들의 희노애락을 살펴봤다.

[파이낸셜뉴스] “29년 만에 우승이라니…. 믿기지 않습니다.”

자신을 프로야구 구단 MBC 청룡 시절부터 LG 트윈스 팬이라고 밝힌 50대 직장인 김 모 씨의 말이다. 또 다른 20대 직장인은 “아버지가 엄청나게 신나했다. LG 우승은 사건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LG팬 친구들 상황도 비슷하다. 부모님이 너무 기뻐하신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LG가 29년 만에 감격스러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LG는 이날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서 2위 kt wiz와 3위 NC 다이노스가 나란히 패하면서 남은 시즌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LG 선수단은 4, 5일 사직 롯데 방문경기를 앞두고 부산으로 이동하던 구단 버스 안에서 정규리그 1위 확정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LG 구단 관계자는 “KT가 수원에서 KIA에 1-3으로 패하며 우리의 우승이 확정된 그 순간 버스 안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여기에 전날(4일)에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7-6으로 재역전승했다. 정규시즌 83승(51패 2무)째를 거둔 LG는 남은 8경기에서 4승을 거두면 지난해 세운 구단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승(87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응답하라 1994’…LG 꼬마 팬이 아저씨로


“29년 만에 LG 우승…꼬마 팬이 아저씨로” [한승곤의 이사만루]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LG 트윈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한 LG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것은 팀 통산 세 번째다. 인수 첫해 1990년과 1994년 정규시즌과 KS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9년이라는 암흑 시기가 찾아왔다. LG 팬들 사이에서 '응답하라 1994' 말이 나오는 이유다.

LG 전성기는 이른바 ‘신바람 LG’로 불리던 시절이다. 당시를 기억하는 LG 팬 말을 들어보자. 50대 중반 직장인 박 모 씨는 “(이번 LG 우승은) 운은 아니다. 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우승까지 29년이 걸렸지만, 이제 시작이다. 다시 신바람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LG 침체기는 2002년 가을야구에서 준우승을 끝으로 '한국시리즈(KS)'조차 오르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아버지 손에 이끌려 야구장을 찾은 어린 꼬마는 성인이 되어 한 세대가 지나서야 정규리그 우승의 감격을 안은 것이다.

또 다른 LG 팬은 “29년 동안 우승을 기다리면서, 다른 팀을 응원하고 싶은 충동도 많이 들었다”면서도 “의리 하나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선수들 너무 고생했고, 무엇보다 잠실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팬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고 구본무 회장의 선물은 개봉될 수 있을까

이제 LG 팬들 사이에서는 LG가 과연 KS를 제패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정한 한풀이에 나서는 셈이다. 그 배경에는 초대 구단주(1990~2008년)인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의 특별한 ‘유산’도 자리하고 있다.

LG의 세 번째 우승을 위해 구 회장은 20여 년 전 일본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를 준비했다. 1994년 두 번째 우승 후 다음 우승을 기약하며 선물한 것인데,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 회장은 1998년 “LG트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MVP에 선물하겠다”며 해외 출장 중 롤렉스 시계를 사 왔다. 롤렉스의 ‘데이토나 레오파드’다. 데이토나는 롤렉스의 대표적인 스포츠 시계로 1963년 탄생했다.

구 회장은 당시 데이토나 레오파드를 약 8,000만 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단종된 이 시계 중고 시세는 1억 6,000만 원 수준이다. 롤렉스의 간판 모델 ‘서브마리너’의 18K 시세가 20여 년 새 1,500만~2,000만 원에서 6,000만 뛴 것을 감안하면 시가 상승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다만 일부 패션 업계에서는 LG트윈스가 우승할 경우 구 회장에 관한 스토리가 더해져 이 모델 가치가 한층 뛸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구 회장은 LG트윈스의 두 번째 우승 이듬해인 1995년 스프링 캠프 장소였던 오키나와에 특산품인 아와모리 소주를 사 와 “다음 우승 때 축배로 쓰자”라고도 했다. 타이코쿠주조에서 생산한 ‘한타바루’로, ‘타루’(일본 전통주를 담는 항아리)에 담긴 35도짜리 독주(4L)다.

이 소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변해 부드럽고 달콤함 향이 나는 게 특징으로 오래 숙성될수록 가치도 올라간다고 한다. 정규리그 1위를 한 LG의 통합우승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염경엽 “두 번째 목표 한국시리즈 남아있다”


“29년 만에 LG 우승…꼬마 팬이 아저씨로” [한승곤의 이사만루]
지난 5월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가 전광판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한편 이번 시즌 ‘우승 청부사’로 지휘봉을 잡은 첫 해 팀의 정규시즌 1위 확정을 이끈 염경엽 감독은 팬들에게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염 감독은 “1년 동안 많은 원정도 와주시고, 홈에서도 열렬히 응원해 주신 팬분들 덕분에 29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한 시즌 힘들기도 했고, 우여곡절이 굉장히 많았다”면서 “우리 선수들, 주장 오지환, 김현수, 투수에서는 김진성, 임찬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페넌트레이스 1등을 위해서 열심히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코치진에 대한 감사 인사도 전했다.
염 감독은 “1년 동안 내가 화도 많이 내고, 잔소리도 많이 했지만, 선수들을 잘 리드해주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 준 코치진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정규시즌 1위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첫 번째 목표는 달성해서 너무 기쁘지만 가장 큰 두 번째 목표인 한국시리즈가 남아있다”며 “지금부터 휴식과 훈련 계획을 잘 짜고 준비 잘해 마지막까지 우리가 웃을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