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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피크 차이나’와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했나 [fn기고]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中 내부적으로 한계에 부딪히자 대외 외교적 유연성 보여 
 -韓 '피크 차이나’ ‘잃어버린 10년’ 남의 일 치부, 낙관적 사고 지양해야 
 -한국의 출산율 OECD 최하위... 지속성장하는 한국’이 되도록 진력해야 
 -한국, 신냉전의 전개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촉각 세워 안보 등 대비 
 -불리될 수 없는 주변 국가 사안·교훈에 국제적 시야 높여 관심 가져야 

[파이낸셜뉴스]
중국은 ‘피크 차이나’와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했나 [fn기고]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최근 ‘피크 차이나(Peak China)’ 담론과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 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피크 차이나 담론은 덩샤오핑의 개혁과 개방에 힘입어 고속성장을 이어온 중국이 이제 성장의 정점에 도달했거나 성장하더라도 더 이상 미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잃어버린 10년’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중국에 준용한 담론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인한 엔화 상승으로 경쟁력 저하, 1989년 주식시장 폭락 등으로 일본의 경제성장이 20년간 멈추었다는 것으로 이제는 ‘잃어버린 30년’이라고 언급되기도 한다. 중국도 주택시장 폭락과 인구감소 등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일본처럼 ‘잃어버린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인식이 투영된 담론이다.

어찌 보면 실제로 중국이 내부적으로 한계에 부딪히자 대외적으로도 외교적 유연성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 2023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에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있고, 중국이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며 한일중 정상회의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도광양회에서 너무 빨리 벗어난 후폭풍이 현실화되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 중국이 외교적 유연성으로 전면 선회하지는 않더라도 국내적 어려움 타개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국내적 요소가 국제적 협력의 동기가 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한편 한국도 ‘피크 차이나’와 ‘잃어버린 10년’의 담론을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한국은 중국, 일본과는 전혀 다른 트랙을 걸을 것이란 낙관적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 한국이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자유민주주의를 구축하고 선진강국까지 된 것은 놀라운 성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경각심을 놓아버리거나 일본·중국으로부터의 교훈을 도출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잃어버린 00년’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가장 쉬운 예로 인구절벽을 들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출산율은 단지 낮은 정도가 아니라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이 불과 ‘0.778명’으로 OECD 국가 중에 최하위다. 인구가 없어 국가가 소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웃어넘길 수는 없다. 인구가 부족하니 경제활동 인구도 부족하게 되고 그러니 경제성장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은 합리적 수순이다. 나아가 치열한 경쟁속에서 첨단기술을 선점하지 못하게 된다면 지속가능한 번영은 요원하다. 따라서 중국,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잃어버린 00년’이 아닌 ‘지속성장하는 한국’이 되도록 진력해야 할 것이다.

‘피크 차이나’와 ‘잃어버린 10년’ 담론은 국제정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신냉전 도래는 중국의 성장으로 인해 국제적 세력 재배분이 추동되고 중국 권력자가 현상변경정책을 추진하면서 촉발적 요인도 가동되는 결과와 무관치 않다. 중국이 쇠락하면 한국입장에서도 중국이라는 수출시장에서 달성할 수 있는 기대이익도 줄어들지만, 거시적 시각에서는 국제정치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상기 담론이 현실화하면 전개가능한 시나리오로 세 가지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이 자국의 쇠락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세력과 결속력을 강화하여 미국 등 자유진영과 대결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 경우 결성 가능한 세력 중 대표주자는 러시아와 북한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남의 일이 될 수 없다. 둘째, 중국이 자신의 쇠퇴를 받아들이고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로 다시 편입하는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의 국내정치권력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에서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중국의 내폭을 막기 위해 옵션 중 하나로 거론될 여지는 있다. 이 경우도 한국과 중국의 협력이 높아질 것이란 점에서 상관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시나리오다. 셋째, 중국이 더 쇠락하기 전에 주도권 장악을 위해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 패권경쟁 측면에서 본다면 도전자 입장에서는 힘이 더 약해지기 바로 전의 시점이 전쟁동기 측면에서 충분조건이 될 소지가 있다.
중국에 전쟁 동기가 상승하면 한반도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역시 한국에 남의 일이 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이처럼 ‘피크 차이나’나 ‘잃어버린 10년’ 담론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과 분리될 수 없는 사안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한국이 국제적 시야를 높이고, 주변 국가들의 교훈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일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