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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국가를 대상으로 한 행정처분도 사전 통지나 의견 청취 등 행정절차법상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정부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방송수신료부과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은 한국전력공사가 수신료 260여만원을 부과하자 요금을 납부했다. KBS로부터 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전력공사는 2020년 비행단 내 독신자숙소와 외래자 숙소에 있는 TV수상기를 근거로 수신료를 부과했다. 이 때 부과한 수신료는 3개월치였지만, 이후 양측 합동조사에서 숙소에 비치된 TV수상기가 700대가 넘는 것을 확인하면서 미납분 액수는 수천만원대로 늘었다.
이에 정부는 수신료 부과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소송을 냈다. 한전이 행정절차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군 및 의무경찰대 영내 갖추고 있는 수상기는 등록 의무가 면제되는 수상기'로 수신료 부과는 위법이라는 것이 정부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정부의 손을 들었다. 2심은 "수신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법상 사전 통지, 의견 청취, 이유 제시 절차를 이행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소송 보조참가한 KBS가 상고하면서, 국가기관은 행정절차법이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며 영내에 있는 TV라도 공용 목적으로 설치된 경우에만 면제 대상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행정절차법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해보면 행정기관의 처분에 의해 불이익을 입게 되는 국가를 일반 국민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이해관계인의 범주에서 국가를 제외할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이어 TV수상기 등록의무 면제 조항에 대해서도 "면제 요건을 해석함에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해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군 영내에 있는 수상기는 사용 목적과 관계 없이 등록(납부) 의무가 면제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가에 대한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도 행정절차법상의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원칙적으로 처분이 위법하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전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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