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에 설탕 바른 '탕후루' 인기에 프랜차이즈 대표 국감 소환
자영업자들 "탕후루 때리기 그만 했으면"
자주 먹으면 건강 안좋다는 우려도
꼬치, 설탕 잔여물 논란에 '노 탕후루존'도 등장
탕후루.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일주일에 1번밖에 안 먹여요, 너무 달고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으니까"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탕후루 가게 앞에서 만난 이모씨(63)는 초등학생 손자 박모군(8)에게 설탕 코팅이 입혀진 '애플포도 탕후루'를 건네주며 이렇게 대답했다.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간식 탕후루가 과한 당으로 주 소비층인 청소년 건강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대표프렌차이즈인 왕가탕후루를 운영하는 '달콤나라앨리스'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간다.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우후죽순 탕후루 창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과거 논란으로 연쇄 폐업이 이어졌던 '대만식 카스테라'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이들 간식에 과민반응"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12일 대표 탕후루 프랜차이즈 '달콤나라앨리스' 김소향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소환할 예정이다. 탕후루로 인한 청소년 당 과다 섭취 문제를 지적하겠다는 취지다.
탕후루 창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들은 최근 폭발적으로 느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표 프랜차이즈 달콤왕가탕후루의 매장 수는 △2020년 16개 △2021년 11개 △2022년 43개에서 현재 약 420개로 지난해 대비 약 10배 늘어났다. 탕후루 상표 특허 출원도 지난 7~8월에만 100개 이상 등록되는 등 올해 199개로 급증했다.
최근 가게를 개업하고 장사에 열을 올리는 자영업자들은 계속되는 '탕후루 때리기'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탕후루 가게 직원 40대 A씨는 "탕후루가 건강에 안좋다는 뉴스가 나온 뒤로 매출이 실제로 줄었다"며 "아이들이 즐겁게 먹는 간식인데 너무 과민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울상을 지었다. 인근에서 탕후루 가게를 새로 개업한 B씨도 "지금은 장사가 잘되지만 금방 유행이 사그라들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유행이 된 탕후루 소비를 즐기면서도 논란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탕후루 가게 앞에서 만난 서울 강남구 소재의 숙명여고를 다니는 고등 2학년 이모양은 "매일 탕후루를 사 먹는 친구가 있을 정도로 인기지만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커졌다"고 했다. 친구 임모양도 "엄마가 걱정하며 사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고 전했다.
"꼬치·설탕 공해"... '노 탕후루존'도 등장
이외에도 탕후루에서 나오는 꼬치나 설탕 잔여물들이 주변 환경에 공해가 되면서 '노 탕후루존'이 등장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 걱정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대만식 카스테라'처럼 대규모 폐업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께 대만식 카스테라 프렌차이즈가 유행하며 전국에 유사 가게들이 난립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빵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방송을 한 것을 시작으로 AI(조류 인플루엔자) 유행까지 겹치며 달걀값이 폭등하고 마진율이 낮아져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은 전례가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품에 대한 연구도 없이 당장 장사가 잘된다고 많은 사람이 무작정 뛰어든다면 탕후루는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건강 염려도 충분히 근거가 있고, 각종 논란들을 파훼할 방법을 프렌차이즈와 자영업자들이 고민하고 찾아야 계속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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