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력과 가정의 역사 연구
"일자리 구조 바꿔야 격차 해소"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킨 미국의 여성 경제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골딘 교수의 노동시장 내 성별 간 임금격차에 대한 연구를 수상 이유로 꼽았다.
골딘 교수는 194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코넬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했고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최초의 여성 종신교수(테뉴어)가 됐고, 2013년 전미경제학회장을 지냈다.
여성의 경력과 가정의 역사, 경구피임약이 여성의 커리어와 결혼에 미친 영향,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아진 이유 등을 연구하며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대부분의 고소득 국가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었음에도 가장 성평등적인 국가에서조차 여성의 참여도가 낮고, 참여 시에도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며 "골딘 교수는 여성의 노동시장 성과와 소득에 대해 포괄적인 이해를 이끌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노동경제학자인 동시에 경제 역사학자"라며 "노동경제학의 모델과 도구를 경제 역사에 도입해 자료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여성 노동에 대한 연구를 해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처음 번역된 최신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에서 골딘 교수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성별 소득격차(임금격차)를 분석했다. 여기에서 성별 소득격차가 노동시장 구조와 가정에서의 역할에 의해 확대재생산된다고 지적한다. 더 많이 일한 사람이 더 많은 소득을 갖는 '탐욕스러운 일자리' 구조에서 여성은 가족 구성원에 대한 돌봄 책임을, 남성은 경제적 부양을 택하면서 승진·임금 등에서 남녀 격차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골딘 교수는 성별 소득격차를 해소하려면 노동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덜 탐욕스럽게 하고, 유연한 일자리의 생산성은 높여 두 일자리 간의 임금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나아가 사회가 적극적 돌봄 활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노벨위원회는 "골딘 교수는 200년 넘은 미국의 오래된 자료를 수집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소득·고용의 성별 차이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처음으로 설명했다"며 "이를 통해 인류는 앞에 놓인 해결해야 할 장벽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정수환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연구위원은 "성별 임금격차에 대한 연구는 최근 장시간 노동시장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추세"라며 "클로디아 골딘 교수의 연구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도 충분히 고려될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55차례 수여됐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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