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7일 이스라엘 공격에서 민간인 수백명 학살
美 포함 외국인도 무차별 살해, 美 "지상군 투입 안해"
이스라엘 "하마스는 IS" 테러 조직 선언, 가자지구 봉쇄 시작
유럽 등 서방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원 끊어
사우디 "팔레스타인 편에 서겠다" 美와 대립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납치한 민간인을 가자지구로 옮기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이 확인되면서 이스라엘의 사망자 숫자가 약 900명으로 늘어났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슬람국가(IS)'와 같다며 예비군 30만명을 동원해 가자지구 포위를 시작했다. 이에 하마스는 공세가 계속되면 납치한 이스라엘인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무차별 민간인 학살, 외국인 다수 사망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점령지역에 로켓을 퍼부었다. 이어 무장 병력을 보내 현지 정착촌과 민간인, 이스라엘 군 초소 등을 공격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에 따르면 9일 기준으로 최소 900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으며 2408명이 다쳤다. 현지 자원봉사 구조단인 자카는 같은날 발표에서 정착촌 1곳에서만 108구에 시신이 확인되었다고 전했다. 특히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 레임에서 약 3500명이 모였던 음악 축제 행사를 습격해 최소 260명을 살해했다. 하마스는 민간인 학살과 함께 약 100명이 넘는 이스라엘 주민들을 납치해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9일 발표에서 하마스의 공격으로 최소 11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확인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마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사람 중에 미국 시민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미 국방부는 미 해군이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동지중해에 배치하고 이스라엘군에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미 백악관은 9일 브리핑에서 미국 지상군을 이스라엘에 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인 외에도 9일 기준 12명의 태국인과 10명의 네팔인이 사망했다. 또한 아르헨티나(4명), 우크라이나(2명), 프랑스(2명) 국적자들도 사망했으며 캄보디아와 캐나다, 러시아 국민도 각각 1명씩 숨졌다. 동시에 독일, 브라질, 이탈리아, 멕시코 국민 등 다수의 외국인이 실종되었다. 이스라엘에 머무는 한국인은 장기 체류자 약 570명, 여행객 약 360명으로 알려졌으며 아직 인명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현지 주민들이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빼앗은 차량에 불이 붙은 가운데 공격을 축하하고 있다.AP뉴시스
"하마스는 IS", 가자지구 봉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8일 하마스를 상대로 전면전을 선언하고 맹렬한 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 공군은 7일 이후 약 230만명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를 폭격했고 이로 인해 최소 687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하고 3726명이 다쳤다.
네타냐후는 9일 연설에서 "우리는 전쟁 3일차를 맞이했다"라며 "우리는 당신의 집과 우리 존재를 위해 투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극단 무장세력 IS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언제나 하마스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 이제는 세계 나머지도 안다"며 하마스가 IS 같은 테러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네타냐후는 "하마스는 IS이고, 우리는 현대 세계가 IS에 맞서 승리했듯 하마스에 맞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적은 전쟁을 원했고, 이것이 그들이 얻을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8일 기준으로 400명이 넘는 하마스 무장 병력을 사살하고 이스라엘 영역 대부분의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어 가자지구로 통하는 전기와 수도를 끊고 전면적인 포위에 나섰다. 9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나는 가자지구에 대한 완전한 포위 공격을 명령했다"며 "전기도, 음식도, 연료도 없을 것이며 모든 것이 폐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야만인과 싸우고 있으며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스라엘군은 약 30만명에 달하는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조만간 지상군이 투입된다고 보고 있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이스라엘군 전차가 이동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인질 살해 협박하는 하마스
범아랍 매체인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하마스 산하 군사 조직인 카삼 여단은 9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했다. 이들은 "민간인을 표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에는 인질 처형이 뒤따를 것"이라며 자신들이 납치한 이스라엘 주민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카삼 여단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의 민간 건물을 경고 없이 공습할 때마다 이스라엘 인질을 1명씩 죽이겠다며 살해 장면을 "오디오와 비디오로 중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유감스러운 결정이지만, 우리는 시오니스트 적과 그 지도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하마스는 최소 150명을 인질로 붙잡았다. 외국인도 다수 납치했다. 태국 정부는 자국민 11명이 하마스 측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국민도 납치되었다고 알려졌다. 카삼 여단의 아부 오바이다 대변인은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인질 문제를 협상하거나 숙고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질 석방을 협상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납치한 인질 가운데 일부가 이미 사망했다고 전했다.
9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포함한 5개 서방국가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이번 공격을 "테러"로 규정했다. 이들은 동시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불만을 알고 있다며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주민을 분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방 국가중 팔레스타인에 가장 많은 재정 지원을 보냈던 유럽연합(EU)은 9일 발표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개발 원조를 중단하고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으로부터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압박을 받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10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에게 전화를 걸었다. 빈 살만은 이번 사태에서 "팔레스타인 편에 서서 갈등을 멈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지난 2007년에 가자지구에서 내전을 일으켜 PA 세력을 몰아냈다.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EPA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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