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접한 사칭 광고./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에 올라온 개그맨 황현희 사칭 광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장하준 교수 사칭 광고
[파이낸셜뉴스] 유명인을 사칭해 금융 투자를 권유하는 광고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수사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분 주식 리딩방이나 가상자산 투자 사이트를 소개하는 광고물이다. 현행법상 사칭 광고 자체는 처벌 조항이 없어 수사기관도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처벌하거나 제재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본지가 페이스북 앱을 열자 유명인을 사칭한 광고가 쉽게 노출됐다. 이들 광고는 유명인이나 경제 전문가의 권위를 이용해 무료 투자 노하우를 알려준다고 밝혀 관심을 끈 다음 리딩방 가입을 권유하는 식이다. 예컨대 계정명이 '주진형'으로 된 게시글에서는 자신을 '주진형 교수'라고 소개하면서 "제가 제공하는 모든 예측 동향은 30% 이익을 유지한다"며 "주식투자자이거나 주식 또는 재무 관리를 배우고 싶은 경우, 주식 거래 커뮤니티 그룹에 가입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실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의 SNS 계정에서는 이런 게시글을 찾아볼 수가 없다. 주 전 대표뿐만 아니라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 '부자 언니'로 알려진 유수진 자산관리사 등의 명의를 사칭한 광고도 노출됐다. 개그맨 황현의를 사칭해 투자를 권유하는 광고가 올라왔지만 황현희는 본인의 계정에서 해당 광고는 본인과 관계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생 투자 집단이 단시간에 회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유명인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가짜 선물 옵션 거래·주식 투자 사이트를 만든 뒤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불법 리딩방을 운영하면서 피해자 27명에게서 15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일당 12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20~30대인 이들은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가짜 사이트와 조작된 투자 수익 사례를 보여주며 피해자들을 현혹시켰다. 더구나 조사 결과 이달에 구속된 A씨는 경찰 관리대상 부산지역 조직폭력배로 드러났다.
문제는 실제 범죄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칭 광고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사칭 광고 자체만으로는 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 현재 사칭 광고로 의심되는 게시글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뤄지면 인터넷 사업자에게 게시글 삭제와 같은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전부다.
경찰 관계자 "사칭 광고로 인해 사기나 음란물 유포 등과 같은 파생된 범죄가 발생할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유명인을 사칭하는 게시물 등을 올렸다는 것 자체만으로 혐의를 물을 수 있는 뚜렷한 법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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