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구이위안 "만기 도래 원금 807억원 아직 상환 못해, 자금 상황 악화"
- 헝다 주요 채권단은 '재앙적 붕괴' 언급
비구이위안 로고. 사진 = AFP 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 부동산 위기의 핵으로 떠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10일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중국 부동산 불패 신화를 처음 무너뜨린 헝다(에버그란데)는 청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차이롄서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이날 원금 4억7000만홍콩달러(약 807억8000만원)의 특정 부채 만기가 도래했으나 아직 상환하지 못했다고 홍콩 증시에 공시했다. 미국 달러 표시 채권뿐 아니라 상환 기한이나 유예 기한이 찾아오는 모든 역외 채무에 대한 상환 의무를 유예 기간 내에 이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비구이위안은 또 미지급 금액은 채권자가 채무 의무 이행 가속화를 요구하거나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모든 채권자의 기존 법적 지위와 법적 지불 질서를 존중하면서 공정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일재경은 '재무고문과 법률고문을 선임했으며 회사의 자본구조 및 유동성 상황에 대해 평가할 것'이라는 공시에 대해 “비구이위안이 이미 역외 채무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비구이위안의 달러 표시 채권은 15건에 원금 93억달러(약 12조5000억원) 규모다. 올해는 주요 달러 표시 채권 가운데 원금 만기는 없고 이자 지급 의무만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의 역외채권 규모는 109억6000만달러(약 14조7000억원)에 달하고 비위안화 표시 부채규모는 424억위안(약 7조8000억원) 수준이다.
비구이위안이 해외 부채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간 이유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차이롄서는 풀이했다.
비구이위안은 최근 올해 1~9월 매출은 155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43.9%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과 비교하면 65.4%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9월 기준으론 1년 전과 견줘 80.7% 떨어진 61억7000만위안에 불과했다.
비구이위안 관게자는 “업계의 판매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산 처분과 매각도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며 “회사의 유동성은 당분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부터 회사의 현금이 지속적으로 순유출 되는 등 자금 조달 환경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자산 처분 등 다양한 방안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시장에서 단기간에 충분한 현금을 충당하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우려는 지난 8월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303억1000만원)를 내지 못하면서 처음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후 유예기간 30일 이내에 이 돈을 갚으며 고비를 넘겼지만, 연이어 다른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일이 도래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비구이위안은 오는 17일까지 다른 채권에 대한 이자 1500만달러(약 202억1000만원)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전체 역외채권에 대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시발점이 된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의 주요 채권단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헝다의 역외 채무 구조조정 계획이 당국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데 대해 놀랐다며 ‘재앙적 붕괴’를 언급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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