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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총선 180일 앞으로]李 사법리스크 털고, 친명-비명 불안한 동거로 '원내 1당 사수' 총력전

1당 지키려면 수도권 중도층 잡아야
李, 중도표심 감안 단합 메시지 내
그럼에도 '비명 숙청' 전망 지배적
친명 공천 후 공약으로 중도 노릴 수도


[22대총선 180일 앞으로]李 사법리스크 털고, 친명-비명 불안한 동거로 '원내 1당 사수' 총력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이 대표는 퇴원 직후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공동취재) 2023.10.9/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상을 털고 일어나 당무에 복귀할 채비를 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레이스의 출발점이 되는 당무 복귀다. 일단 구속영장 기각 덕에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내년 총선까지 넘어야 할 정치적 고비는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우선 체포동의안 가부를 매개로 한 당 내홍의 여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갈등이 본격화될지, 아니면 특유의 이 대표 리더십으로 봉합될지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 이 대표와 '구원투수'로 등장한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호(號)가 당 결집을 이끌어낼지 여부에 따라 내년 총선 판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 대표는 가까스로 구속을 면했지만,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여러 의혹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을 앞두고 있다. 내년 총선 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을 유지하느냐 마느냐의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이 대표 사법리스크'로 귀결되고 있다. 검찰 수사와 재판 진행과정에서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나오거나 재판부의 판단이 이 대표와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총선 가도에 '빨간불'이 우려된다. 이로 인해 사법당국이 이 대표와 민주당의 총선 운명을 쥐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결정적 증거 없이 수사와 재판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질 경우 민주당은 여권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총선 정국에 악용하고 있다는 소위 '사법당국 총선 개입 프레임'으로 맞대응 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이 회복기에 들어서고, 친명계의 당 장악력 역시 커지면서 비명계의 '반란'을 잠재워 총선 정국에 올인 할 수 있다는 게 친명 지도부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언제라도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를 경우 비명계의 '발전적 당 해체' 내지는 '당 혁신', '비상대책위 전환' 등의 목소리가 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정치적 위기가 본격화 돼 정치적 타격이 심하면 이낙연 전 대표 등 비명계가 총선 승리라는 거스를 수 없는 명제를 앞세워 친명계와 정치적 타협에 나서면서 이 대표 부재의 공간을 메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 부재가 곧바로 당 내홍이나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친명과 비명이 정치적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22대총선 180일 앞으로]李 사법리스크 털고, 친명-비명 불안한 동거로 '원내 1당 사수' 총력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촛불행동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사진=뉴스1

李, 중도표심 감안 "단합하자"..징계·경선 통한 배제 관측
일단 이 대표는 지난 9일 녹색병원에서 퇴원한 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장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자"고 외쳤다. 총선을 고려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 대표로선 구속을 면하면서 일단 사법리스크는 어느 정도 덜었지만, 비명을 노골적으로 쳐내면 보복 리더십에 의한 사당화 비판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원내 1당을 지키는 데 필수인 중도표심을 감안하면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현재 자당 보유 의석 대다수는 수도권 지역인데, 여야 경합 지역이 대부분인 만큼 승리에 꼭 필요한 약 30%에 달하는 중도층을 끌어안으려면 포용 리더십 발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명을 끌어안기도 쉽지 않다. 이 대표는 검찰의 향후 불구속기소에 따라 최대 5건 재판에 임해야 하는 ‘재판리스크’를 지게 된다. 비명이 그 틈을 비집고 지도체제 전환을 재차 시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를 방증하듯 비명은 여전히 쓴소리를 내고 있고, 조응천 의원의 경우 직접적으로 “법원에 묶일 수 있다”고 언급키도 했다.

이에 노골적인 숙청은 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내부 교통정리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대표는 정적을 응징하는 1인 리더십을 보였다. 본인은 침묵하고 나서지 않으면서 지도부에서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징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권리당원에 대한 영향력이 큰 만큼 총선 경선에서 이들을 동원해 비명 의원들을 낙선시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도 “이 대표가 표면상으로는 포용을 이야기하지만 내용적으로도 포용으로 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비명계 의원들 지역구에 친명계 의원들이 대거 도전하면, 이 대표가 단식까지 한 마당에 당원들이 비명계의 손을 들어주는 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도층을 별도 시기에 공략할 것이라는 관측도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사당화 논란이 일더라도 비명을 밀어내는 공천을 확정하고 난 뒤에 공약을 통해 중도표심에 호소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친명 김병욱 의원이 주도하는 '글로벌기업 국제경쟁력 강화 의원모임'은 최근 잇달아 대기업들을 만나고 있다. 문서로 주요 기업들의 규제완화 등이 포함된 '소원수리'를 받아 총선공약과 차기 국회 입법과제에 적극 반영, '친기업 정당', '경제살리기 정당' 이미지를 집중 부각시킨다는 복안이다.

[22대총선 180일 앞으로]李 사법리스크 털고, 친명-비명 불안한 동거로 '원내 1당 사수' 총력전
엘리베이터 타고 이동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투표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2023.10.06. suncho21@newsis.com /사진=뉴시스

분당 가능성은 친명·비명 막론 일축.."서로 필요하고, 대안도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명과 비명간 내홍이 공천 기준 등을 둘러싸고 확산될 경우 최악의 경우 분당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하지만 당내에선 친명과 비명을 막론하고 분당 가능성에 손사래를 치는 분위기다. 수도권과 호남에서 의미있는 승리와 총선 과반의석 확보를 위해선 '불안한 동거'가 서로에게 낫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또 이 대표를 대체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분당 가능성을 낮게 보는 한 이유다.

당 관계자는 "친명계 의원들은 비명계가 무소속으로 나서 공멸하는 걸 피해야 하고, 비명계 의원들은 당선되려면 결국 이 대표 지지층의 표가 필요하다"며 "지역구 입지가 탄탄한 비명계 의원들도 일부 있지만 이 대표를 대체할 수 있는 중심이 되는 인물이 없어 당을 떠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배종찬 소장은 "수도권 지지율에 영향이 큰 중도층을 생각하면 이재명 체제를 벗어나야겠지만 대안이 되는 인물이 없다"며 "이번 총선은 이 대표와 그에 대한 확신이 없는 민주당의 동거로 치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