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달러 인도주의 목적에만 사용 조건으로 카타르 계좌로 송금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하마스 8월부터 이스라엘 공격 계획 논의 보도
미 정부와 이스라엘, 이란 모두 자금 사용 증거 없다는 입장
미 공화당 의원들, 바이든 행정부에 재동결 요구
지난 7일(현지시간) 가자 남부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따라 지난 2019년부터 국내 은행에 동결됐다가 올해 여름에 풀린 이란 자금 60억달러(약 8조483억원)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미국과 이란이 서로 수감 중이던 국민들을 석방해 교환하기로 하면서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 석유 대금 중 약 60억달러는 카타르 중앙은행 계좌로 송금됐다. 미국은 이란이 자금을 의약품이나 식량 구매 등 인도주의 목적에만 사용하도록 한다는 동결 해제 조건을 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중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이 단체가 그동안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점에서 동결에서 해제됐던 문제의 자금이 동원됐을 것이라는 의심이 나오기 시작했다.
공격 다음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이 지금까지 풀린 자금 중 단 1달러도 사용하지 못했으며 하마스는 이란의 지원 없이는 존재하지 못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란이 이번 공격을 직접 지시했거나 배후에 있다는 증거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의 제재 담당 관리인 브라이언 넬슨도 자금이 카타르의 계좌에 묶여 있다고 강조했다.
美 공화당, 자금 해제가 공격 유발, 재동결 요구
미국 정치계에서는 60억달러를 동결에서 해제한 것이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유발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고 재동결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등 정치 문제로 번지고 있다.
마르샤 블랙번 공화당 상원의원(테네시)을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60억달러를 다시 동결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들은 인도주의적 목적 사용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란이나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에 사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서한에 참여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상원금융위원회 소속인 팀 스콧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60억달러 동결 해제와 관련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상원 청문회에 출석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는 왜 이란이 풀린 자금으로 테러를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한국에서 카타르로의 송금을 허용했는지 상원에서 바이든 행정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진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란과의 수감자 교환과 동결 자금 해제를 비난하면서 이번 하마스의 공격에 미국 납세자들이 낸 세금이 동원됐다며 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대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미국 대사는 NBC방송 대담프로에서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을 증오한다”며 “60억달러를 풀어준 것은 잘못이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풀린 자금이 순환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마이클 맥컬 의원(공화·텍사스)는 CNN 방송에 출연해 60억달러가 이번 하마스의 공격에 사용되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있을 테러 활동에 투입될 가능성은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동결됐던 자금을 카타르로 송금하는 것이 아닌 한국이 직접 이란에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 이란-하마스 8월부터 공격 계획 보도
관심은 또 이란이 이번 하마스의 공격에 개입했는지에 가고 있다.
전쟁 발발 다음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보안 관계자들이 이번 하마스의 공격 계획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다양한 출처를 인용해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8월 이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격주로 하마스와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논의했으며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도 두차례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가 안보 부보좌관 존 파이너는 저널의 보도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매년 하마스에 약 1억달러를 지원해왔다고 주장해지만 이번 공격에 대해 이란이 개입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고 군부에서 입장을 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도 이번 하마스의 공격과 무관하다며 배후설을 부인했다.
현재 런던의 리스크 정보 플랫폼인 플래시포인트 국립 안보 솔루션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직 미국 대테러 전문가 앤드루 보린은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 공격과 관련된 이란의 역할을 파악하는데는 수주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또 전문가들을 인용해 소셜미디어 X에 이란이 이번 전쟁에 미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 이것은 이란의 방식이 아니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와 국가안보회의 관리를 지낸 조엘 레이번은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마네이가 집권 34년동안 미국과의 충돌 확대를 원하지 않아왔다고 설명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