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여행 허가제 완화 시급
관광객 3000만명 시대 장벽
한국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전자여행허가제가 동남아시아 국가 관광객의 입국을 막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전자여행허가제(K-ETA)의 승인을 받지 못한 동남아시아 국가 관광객들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일본으로 행선지를 바꾸고 있다는 소식이다. 11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K-ETA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불법체류 대응을 위해 2021년 9월 도입됐으나 깐깐한 심사와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제2의 비자'로 인식되면서 동남아 관광객의 발길을 되돌리게 하는 여행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K-ETA는 무비자 입국대상 112개 국가의 국민들이 한국을 여행할 때 의무적으로 사전에 모바일이나 홈페이지에서 여행 관련 정보를 등록하고 허가를 받게 한 제도다. 3번 거부되면 별도의 비자 신청이 필요하다. 동아시아에서 관련 제도를 시행하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 K컬처의 선풍적 인기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발급 여부가 불확실한 K-ETA가 관광 족쇄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래관광객 4명 중 1명이 동남아 관광객이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난 이후 국내 여행 시장에서 동남아 관광객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 2019년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11%에서 지난해 26%로 비중이 커졌다. 관광객 수가 많은 상위 10개국 중 5개국이 동남아 국가일 정도이다. 필리핀·베트남·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는 각각 4~8위를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가 해외 여행객들의 SNS를 분석한 결과 방한 태국 여행객 중 한국 여행에 대한 부정적 언급 비중은 42.7%로 조사됐다. 일본에 대한 부정 언급은 28.2%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말레이시아 관광객의 경우 한국에 대한 부정 언급(38.8%)은 일본(11.9%)의 3배 이상이었다.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며 불쾌감을 토로하는 사례도 있었다.
법무부는 지난 7월 K-ETA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고, 청소년(17세 이하)과 고령자(65세 이상)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한국어·영어 2개였던 언어지원 서비스를 일본어·태국어·중국어 등 6개 언어로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을 꾀해 입국 편의 증진에 나선 바 있다. 편의성이 높아졌고,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단체 전자비자 발급요건도 개선됐다. 하지만 동남아 여행객 입장에선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여전히 많은 형편이다.
K-ETA가 외래관광객 3000만명 시대 도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무비자로 해외여행을 즐기던 사람들에게 규제는 환영받지 못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절차가 관광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불법체류자 억제책이라는 점에서 무조건적 완화를 추진하기는 어렵겠지만 잠재고객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완화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한국여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빡빡한 입국 잣대를 손봐야 한다. 특히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도입 취지에 맞게 입국문턱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지적을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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