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구축해 보험사 상품 개발 지원
반려동물 등록제 실효성 높이는 방안도 포함
보험사 동물병원 제휴로 서비스 출시, 펫 헬스케어 산업 성장 길 여나
금융당국이 보험사와 동물병원의 제휴 확대를 통한 펫산업 파이 키우는 내용을 포함한 펫보험 활성화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 성북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반려동물을 진찰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금융당국이 보험사와 동물병원 등 펫 산업을 제휴를 통해 파이를 키우는 펫보험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펫 보험 활성화의 가장 큰 과제인 반려동물 진료기록 발급을 의무화하고 반려동물등록제 실효성을 높여 시장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첫 걸음이다. 동시에 태동기 단계인 펫 산업과의 제휴를 할 수 있도록 보험사의 펫 헬스케어 진출을 유도해 펫 산업을 키우는 양대 축으로 삼을 전망이다. 펫보험 활성화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정부는 지난해 9월 '펫보험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활성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TF가 구성된 지 13개월 만에 나오는 방안으로 이번 발표를 계기로 펫 보험이 탄력을 받을 지 주목된다.
■보험-동물병원 제휴 파이 키우기 핵심
1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펫 보험 활성화 정책'을 내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펫 보험 활성화 정책의 카테고리는 △동물 인프라 구축 △소비자 편의성 증대를 위한 동물의료계-보험업계 협업 방안 △보험상품 다양화 △신규 보험사 진출 등 크게 4가지 영역으로 전해졌다.
보험의 핵심인 리스크 관리를 위한 데이터 구축이 첫 번째다. 반려동물 관련 발병율, 의료행위 관련 통계를 정비하고 진료항목 표준코드를 확립해 보험사들의 다양한 상품 개발을 간접 지원하는 것이다. 내장형 무선식별 장치를 통해 반려동물을 등록하고 보험 가입할 때 개체 식별을 정확하게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시범사업 중이 반려동물 안면 및 비문인식 제도에서 한 발 나아가는 셈이다.
펫 보험 시장을 키우기 위해 펫 관련 산업 저변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동물의료계와 보험업계의 협업, 즉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발굴해 보험사의 펫 헬스케어 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험사들은 당국에 사전신고를 하면 헬스케어 보험계약 상담 등 보험업 경영과 밀접한 업무를 하는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다. 펫 산업에도 같은 규정을 적용하면 보험사들이 사실상 펫 헬스케어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등 보험사가 펫 헬스케어 자회사를 소유할 길을 터주는 것이다.
실제 삼성화재는 펫 보험 활성화 정책 발표를 앞두고 최근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 건강 관리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펫과 헬스케어를 접목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펫 보험에 건강관리 서비스 탑재한 일종의 펫 서비스 플랫폼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MZ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펫 보험 가입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1% 수준으로 국내 반려동물 추정 개체수가 약 800만마리에 달하지만 펫보험 판매 건수는 11개 보험사에서 약 8만7911건에 그쳤다. 펫 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가 갖춰지면 가파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보험료율 고도화해 상품 확대… 청구 간소화도
메리츠화재는 약 전국 3000여개의 동물병원과 제휴해 진료를 받으면 메리츠 펫보험을 자동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보험금 청구 데이터를 통해서 견종이 자주 걸리는 질병이나 보험료 등 데이터를 수집해 다양한 펫 보험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보험연구원은 "보험회사가 제휴 동물병원과 긴밀하게 연계해 양질의 데이터 집적과 손해율 관리가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며 "보험회사가 제휴 동물병원 대상으로 전자차트(EMR)를 연계하는 경우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이 용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보험개발원이 펫보험 상품 다양화를 위해 펫보험이 발달한 스웨덴 등 유럽과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다빈도 진료항목 64가지 견종별로 보험료율을 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반려동물의 성별, 견종별로도 참조손보율을 내서 보험사의 상품개발과 리스크 관리를 제고하는 방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견종별, 연령별 전염병도 다르고 다빈도 질병이 다른데 그에 대한 데이터가 별로 없는 상태"라면서 "해외는 생애주기별로 견종별로 어떤 질병이 발생할 수 있고 헬스케어를 할 수 있는 그런 데이터가 잘 돼 있어서 보험상품 개발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펫 보험의 활성화의 관건은 반려동물 진료발급 기록 의무화를 위한 수의사법 개정에 달려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가령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을 등록하고 진료기록을 발부받아서 보험가입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자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동물병원과 네트워크를 통해 집적된 통계를 기반으로 신규 상품 개발이 가능한 데다, 병원에서는 위험관리도 가능한 만큼 보험료도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규 보험사 진출을 위해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이 소액단기보험사 인허가, 즉 제도권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춰 국내에도 펫 전문 보험사가 탄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은 "반려동물을 취급하는 소액단기보험업 활성화를 위해 보험기간을 현행 1년에서 2~3년으로 연정하고 연간 총수입보험료(500억원)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시장 진입이 어려운 국내 환경을 감안해 상품 심사, 외부 감사, 지급여력 규제 등에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진단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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