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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제' 굳힌 민주, 다음은 중도 껴안기

총선 전초전 승리로 유리한 고지.. 李대표 리더십 강화에 힘실려
비명계 포용 등 '화합' 관건.. 내년 선거 대비 전열재정비 가속
중도층 노린 '우클릭' 가능성도

'이재명 체제' 굳힌 민주, 다음은 중도 껴안기
진교훈 3년임기 스타트 진교훈 강서구청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청 구청장실에서 사무 인계·인수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전초전인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하면서 6개월간의 긴 총선레이스 첫 테이프를 홀가분하게 끊었다. 당무 복귀 채비를 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어느정도 덜어낸 데 이어 대표 리더십의 재기라는 호기를 맞았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혼란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홍익표 원내지도부는 첫 승부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당 내홍을 털고 화합과 통합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하는 동시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열재정비를 통한 조직혁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은 특히 이번에 먹혀든 '정권심판론'의 승기를 이어가기 위해 전통적인 지지층(집토끼) 결속력 강화는 물론 산토끼를 잡기 위한 중도확장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서구서 17%p 압승…李 체제 강화

12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소속 진교훈 구청장 당선인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17.15%포인트 큰 격차로 승리했다. 강서구는 국회의원 3명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국민의힘에게 험지이긴 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총선의 승기를 잡았다고 볼 만한 표차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과 국민의힘 득표율이 49.17% 대 46.97%로 2%포인트 차이에 불과했고, 올해 지방선거 때는 오히려 김태우 후보가 신승했다는 점에서다.

보선 압승으로 이재명 대표 체제는 확실히 자리를 잡게 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민주당 일각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 차기 지도부를 고민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이 대표의 20일 넘는 단식농성과 부결 호소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이 대표 리더십이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 대표는 생환했다. 대선 때부터 줄곧 발목을 잡던 사법리스크도 크게 덜어냈다. 거기다 총선 전초전 승리까지 거머쥐게 된 것이다.

검찰이 12일 백현동 사건 불구속기소를 하는 등 수사와 재판은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고양될 대로 고양된 친명(親 이재명) 지도부는 문제없다며 이 대표 '금의환향'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아직 자택에서 건강회복에 집중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의 극적인 생환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명 포용·우클릭 공약' 가능성

이 대표의 입지가 공고해지면서 비명계는 불안에 떨게 됐다. 친명계에서 체포동의안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비롯한 비명을 숙청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서다. 다만 노골적으로 배제되진 않을 전망이다. 보선에서 잡은 총선 승기를 이어가기 위해 이제 중도층 표심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진교훈 구청장 당선 직후까지 두 차례 통합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녹색병원에서 퇴원한 9일 선거유세장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함께 손잡고 반드시 넘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보선 결과가 나온 직후 SNS를 통해서도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자"고 언급했다.

비명을 포용하며 당 내홍을 정리하는 데 더해 중도층을 노린 '우클릭' 공약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친명계 김병욱 의원이 주도하는 '글로벌기업 국제경쟁력 강화 의원모임'은 최근 잇달아 대기업들을 만나고 있다. 문서로 주요 기업들의 규제완화 등이 포함된 '소원수리'를 받아 총선 공약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비명 포용도, 우클릭 공약도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 팬덤 '개딸(개혁의 딸)'을 비롯한 핵심지지층에서 비명계를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멸칭)'이라 칭하며 들끓고 있어 자칫 반발을 살 수 있어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표면적으로 피의 숙청을 하는 건 중도층과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이니 못하겠지만, 강성지지층이 비명계에 감정이 쌓여있고 개딸은 계속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 이 대표가 비명계를 중용하진 못할 것"이라며 "(그 연장선에서) 총선 공천도 비명계 의원들에게 그대로 주게 되면 지지층에서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