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시간대, 36개국 281개 연구 메타 분석
10일 오후 서울시내 거리에서 시민들이 탕후루를 들어보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탕후루 등 초가공식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독성이 술·담배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 대학 심리학과 애슐리 기어하트 교수가 참여한 미국·스페인·브라질 3개국 공동연구팀이 36개국 281개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성인 14%와 청소년 12%가 음식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중독 대상은 대부분 초가공식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UPF)이란 식재료를 가공한 다음 향료·인공감미료·색소 등의 첨가물을 넣은 식품이다. 탕후루 외에도 탄산음료, 마카롱, 아이스크림, 냉동 간편식, 소시지 등이 있다.
연구팀은 중독의 기준을 음식 섭취에 대한 통제력 감소와 금단증상, 비만, 폭식 장애 등을 토대로 정했다. 성인의 초가공식품 중독 수치인 14%는 술(14%)과 동일하고 담배(18%)보다 약간 낮은 정도다. 다만 연구팀은 "청소년이 특정 대상에 이 정도로 중독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우려했다.
초가공식품을 섭취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급증시켜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에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초가공식품 역시 술이나 담배와 같이 중독증상을 일으켜 도파민 보상을 갈구하게 한다. 이로 인해 더 많이, 더 자주 초가공식품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술·담배 중독의 원인 물질은 에탄올과 니코틴으로 명확한 반면, 초가공식품 중독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은 지금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은 액상과당이나 지방과 같은 단일 물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알려지지 않은 성분들의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연구팀은 정제된 탄수화물과 지방 함량이 높은 초가공식품을 즐겨 먹는 사람들에 대해 '물질사용장애'라는 진단을 내렸다.
물질사용장애는 특정 물질의 사용이 문제가 되는데도 사용을 멈추지 못하는 행동 패턴을 보이는 일종의 정신장애다.
기어하트 교수는 "일부 초가공식품과 중독 간의 관련성에 대한 일관된 근거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초가공식품을 강력한 중독성 물질로 규정하는 것이 전 세계 건강 문제 해결 및 초가공식품 중독으로 인한 위험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에 실렸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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