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안은진 주연의 드라마 연인. 연기력과 젊은 시대극 연출 흥미
금요일 파트2 공개...홍삼 무역 심양서 독점한 장현도령
한양서 말린 생각 사들인 길채 매점매석은 불법 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길어지는 이유
연인 9회 요약편. MBC 유튜브 채널
연인 9회 요약편. MBC 유튜브 채널
[파이낸셜뉴스]양반집 규수가 때묻은 놋그릇을 연신 문지릅니다. 전쟁으로 쓰러진 집안을 일으켜 세울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으로 얼굴에 그을음이 묻은 줄 모르고 열심입니다. 드라마 '연인'의 한 장면인데 놋그릇을 만든 재료가 '동전'입니다. 화폐가치가 떨어진 상황을 역이용한 발상은 좋지만 그때도 지금도 '불법'입니다. 놋그릇을 내다 팔아 번 돈으로 시장의 말린 생강을 모두 사들입니다. 이 또한 위법 소지가 크지만 '그녀'의 진취적인 사업 행보를 보다보면 '처벌 받아야 마땅한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연인 파트2' 놋그릇 팔아 생각을 매점 매석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병자호란이라는 아픈 역사적 배경 속에서 재해석한 드라마 ‘연인’의 파트2가 지난 13일 밤 공개됐습니다.
작가 황진영은 한 인터뷰에서 “비극적인 시대에 내동댕이쳐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연인’ 대본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작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도 홍길동 이야기를 각색해, 소용돌이치는 시대 민초가 어떤 방식으로 갈려나가고 뭉개지는지 유쾌하게 그려냈습니다.
‘대장금’ 이후 MBC 사극에서 가부장 중심의 유교사회의 질서를 거부한 ‘당찬 여성상’을 표현한 작품은 꾸준히 이어져왔습니다. ‘연인’ 속 유길채(안은진 분)는 기생집을 돌며 장신구를 팔고, 시장의 말린 생강을 모두 사들여 청나라 사신에게 비싼 값을 받습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위계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조선 후기 몰락한 양반가의 여인. 장사꾼이 되어 집안을 일으켜세우는 장면에는 페미니즘의 서사가 담겼습니다.
유길채의 ‘연인’ 이창현(남궁민 분)도 청나라와 조선을 오가며 홍삼 무역을 독점해 이문을 남깁니다. 접경지대에 거점을 마련하고 ‘죽력’ 등 당시 조선에서도 구하기 힘들었던 약재와 갖은 물건을 청나라에 공급해 부를 끌어모았습니다. 시장의 규모가 작고 상업의 발달정도가 낮은 사회에서, 상품의 유통은 제한적입니다.
■독점을 규제하는 이유는 불공정거래 막기 위해
실학자 박지원은 18세기 비슷한 내용의 소설 ‘허생전’을 지어 양반의 몰락과 상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정 상품을 사들여 가격을 통제하는 매점매석 행위는 현실에서 불법입니다.
최근 품절대란을 일으켜 경유차 소유자의 혼란을 불러온 ‘요소수와 요소’가 대표적인 매점매석 금지상품입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마스크와 손소독제도 정부가 고지한 매점매석 금지 품목이었습니다. 길채는 매점매석뿐만 아니라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경제력을 키웠습니다. 조선 왕조가 발행한 동전의 가치가 실물 구리보다 낮아지자 이를 녹여 놋그릇을 만든 것입니다.
연이은 청나라와의 전쟁으로 쇠붙이는 모두 동이 난 상황에 동전을 녹여 구리를 얻었습니다. 물론 동전을 녹여 구리를 얻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불법입니다. 하지만 집안이 망해가도 제사상에 놋그릇을 올리지 못해 ‘송구스러운’ 양반가의 질서를, 길채는 파고들었습니다.
놋그릇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으니 가격도 평소의 곱절, 세곱절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현대 국가에서 독점을 규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같은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 규제와 공정거래를 전담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입니다. 경제활동에 조사와 처벌 권한을 갖춰 준사법기관 역할을 합니다.
■독점을 가장 까다롭게 규제하는 나라? 바로 미국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 독일의 연방카르텔청, 일본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시장에서 독점을 가장 까다롭게 규제하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1890년 세계 최초의 반독점법 '셔먼법'을 제정하고 원인규제주의에 따라 광범위한 독점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원인규제주의는 독점을 원칙적이고 엄격하게 통제하기 위해 독점 자체를 위법으로 보는 원론적인 입장입니다.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우 운영체계에 인터넷 브라우저를 끼워팔았다는 이유로 미국 법무부에게 고소당했습니다.
지난달 미 법무부가 2020년 10월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 재판이 다시 열렸습니다. 법무부는 미국 검색엔진 시장의 약 90%를 장악한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구글이 자사의 검색엔진을 스마트폰 등 기기에 탑재하기 위해 애플,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수십억 달러를 주고 경쟁을 피했다는 것입니다.
독점으로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차지한 MS가 25년만에 검색엔진 분야에선 독점의 피해를 봤다고 증언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만약 구글이 재판에서 진다면 일부 사업영역을 분할 매각해야 합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도 독점 이유로 난항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주요국은 연방거래위원회법의 영향을 받아 반독점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독점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공익을 침해하는 경제적 폐해를 만들 때에만 규제합니다. 이른바 폐해규제주의입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인규제주의와 폐해규제주의를 절충하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우리나라에서는 허가받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허가받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두 기업이 합병하면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등 주요 도시와 서울을 잇는 노선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게 EU 독점기구의 입장입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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