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탓에 예정보다 미뤄져
"하마스 최고위층 제거 목표"
미·중·러 등 팔레스타인 인정
확전 차단에 주력하는 모양새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근방에서 이스라엘군의 기갑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열강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확전 방지를 위해 집중하고 있지만 이란은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에는 확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지상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진입이 임박한 가운데 앞으로 펼쳐질 시가전과 정치적 결과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일단 하마스 지도부 제거가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으며 미국과 중국 등 열강들은 확전 방지를 위해 외교 접촉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시작하면 분쟁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지상전 임박… 민간인 대피 통보
미 뉴욕타임스(NYT)는 14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가자지구 지상작전이 당초 14~15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최소한 부분적으로 며칠 연기되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관계자는 날씨가 좋지 않아 공군 및 무인기(드론)가 지상군을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 가자지구 북부에서 작전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민간인들에게 남부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이스라엘군의 작전 지역은 우선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북부 가자시티로 알려졌다. NYT는 이스라엘이 해군과 공군까지 동원해 2006년 레바논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작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약 110만명이 모여 사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각종 터널과 함정들을 준비해 매복 공격을 준비하고 있으며 약 150명의 이스라엘인을 인질로 잡았기에 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할 계획이다.
님로드 노빅 전직 이스라엘 총리실 상임고문은 이스라엘군과 정치권 인사들 일부가 가택 수색을 통해 하마스를 전부 색출하길 원하지만 이는 18개월 이상 걸리는 비현실적인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냉정한 사람들은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보다 이스라엘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박탈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확전 예방에 집중하는 열강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열강들은 확전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4일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한다고 밝히면서도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분리해서 보자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는 앞서 8일 이스라엘 인근에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했으며 14일에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공모함 전단을 동지중해에 추가 배치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네타냐후에게 "모든 국가가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주민의 염원을 대변하지 않는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명백하게 규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통화에서도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주민의 존엄과 자기 결정권을 위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PA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연이어 방문하며 분쟁 확산 방지 및 민간인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사우디를 방문 중이던 블링컨은 14일 중국의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약 1시간 동안 하마스 문제를 논의했다. 다음날 중국 관영 매체는 중국의 자이쥔 중동문제특사가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 및 평화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주에 중동을 방문한다고 알렸다.
왕이는 14일 사우디의 파이살 빈 파르한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행위는 자위권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며 이스라엘을 비방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문제는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인정하는 '두 국가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인도적 휴전을 요구하고,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모든 테러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에 부칠 것을 요청했다. 유럽연합(EU)은 14일 발표에서 오는 17일 이스라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EU 정상회담을 소집한다고 밝혔다.
■확전 가능성도 열어놓은 이란
열강들의 우려와 달리 이번 사태에서 하마스를 지원했다고 알려진 이란은 확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14일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을 통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이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며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2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이 이날 유엔의 중동 특사 토르 벤네슬란드를 만났다고 전했다. 아미르압돌라히안은 하마스에게 붙잡힌 민간인 석방을 돕고 싶다면서도 이란에는 '레드라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계속되고 특히 지상전을 실행한다면 이란도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이번 분쟁에 개입한다면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미르압돌라히안은 13일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만나 가자지구 상황을 논의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마련한 시나리오에 대해 알고 있다"며 "어떤 조치라도 이스라엘에는 대지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이미 10일부터 레바논 국경에서 이스라엘에 포격을 가했다. 이스라엘은 12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와 알레포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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