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이용 증가·필수의료 위기 '의대정원' 확충
의사단체 "단순한 정원 확대로 당면한 과제 못 풀어"
일방적 정책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대응" 예고
의료체계 중추인 의사, 집단행동시 의료대란 불가피
지난 2020년 9월 전공의·전임의 등 의료계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주요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집단휴진을 하던 당시 서울의 한 병원 전광판에 관련 문구가 안내되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3058명으로 고정된 의대정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반발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사단체들은 지난 2020년 7월에도 정부의 의대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총파업과 집단 휴진으로 맞선 바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정원 확대는 수준이 2020년과 비교해 파격적인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의사들의 반발과 집단 행동은 당시보다 강력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의대정원 확대 기정사실...얼마나 늘릴까 관건
16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이용 증가와 의사 수 부족으로 불거진 필수의료 기반 악화로 인해 오는 2025년부터 의대정원을 큰 폭으로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의대정원 확대와 방향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500여명, 1000여명, 3000여명까지 의대정원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보도에 대해 "의대정원을 몇 명까지 늘린다는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의대정원 확충이 어느 수준까지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선진국들도 의사 인력을 늘려 의료 서비스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준으로 확대안이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에 불과하다. OECD 가입국 전체 평균이 3.7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다. 전체 의사 수가 적고 매년 새로 배출되는 의사 수도 OECD 최하위권이다. 지난 2021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생 수는 7.26명으로 OECD 39개국 중 38위다.
현재 18년째 동결된 한국의 의대정원인 3058명은 우리와 비교해 인구가 절반 수준인 호주의 3845명보다 적다. 인구가 8317만명인 독일인 의과대학 총정원이 9458명에 달하고, 일본도 9330명에 달한다. 또 독일은 매년 의대생을 5000명씩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영국도 2031년까지 의대 정원을 1만5000명으로 확대한다.
의협 "정원확충은 재앙, 모든 수단 총력 대응"
다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정부의 대규모 의대정원 확대를 기정사실로 보면서, 단순하게 의대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의협 대의원회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대통령실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 확대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가짜뉴스가 아닌 정권 차원의 결정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사회적 요구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의협은 국회와 협회, 국회와 정부가 합의한 절차대로 진행할 것을 이미 밝혔고, 정부도 증원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는 단순한 우려를 넘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의사총연합도 성명을 통해 "현 시점에서 의대정원 증원은 포퓰리즘 정책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대통령까지 총대를 메고 나서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의사 숫자만 늘린다고 필수의료에 도움되지 않을거라는 현장의 의사들의 주장이 직역이기주의로 매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의총은 "문재인 대통령의 문케어를 능가하는 포퓰리즘에 기반한 의대정원 증원을 강행한다면 전의총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체계의 중추인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정원 확충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의료체계가 멈춰서게 되고 의료대란을 피할 수 없다.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인구 고령화가 맞물리며 의료 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의사들이 총파업으로 맞선다면 국민들의 피해와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의대정원 확대를 강행한다면 지난 2020년보다 더 큰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2020년 당시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의협은 총파업,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각각 국가고시 거부와 집단 휴진 등으로 강력 대응을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 의정협의를 맺고 총파업을 멈춘 바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