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미 유대감 재확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재, 우크라이나·대만문제, 경제·군사협력 등 광범위한 의제가 논의할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대외 세력 확장 ‘꿈’을 담은 일대일로(육·해상 신 실크로드) 10주년 정상 포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키로 하면서 어떤 내용이 양국 정상의 회담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
그간 행보와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 반미 유대감 재확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재, 우크라이나·대만문제, 경제·군사협력 등이 광범위한 의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중국 외교부와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오는 17∼1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참석, 시 주석과 회담한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올해 3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이 구소련 국가 밖으로 몸을 움직인 것을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12~13일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담에 참석했기 때문에 중국행이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발부 이후 첫 해외 방문은 아니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는 ‘반 미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양국은 각종 회담과 회동에서 미국 비판을 토대로 협력을 강조해왔다.
올해 3월 시 주석이 러시아를 찾았을 때도 두 정상은 공동 성명 곳곳에 이런 내용을 넣었다. ‘어떤 국가나 집단이 군사적, 정치적 우위를 도모하기 위해 다른 국가의 합리적 안보 이익을 해치는 것을 반대한다’거나 ‘오커스 동맹(미국·영국·호주 안보 협력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행동에 우려는 표한다’, ‘미국은 세계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적시하는 식이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의 답방 성격의 이번 만남서도 비슷한 문구가 성명 혹은 양국 브리핑을 통해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한 협력 강화를 다짐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에 들어가기 며칠 전 ‘무제한 협력’을 선언했고, 3월에는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내놨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화두가 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까지 표면적으론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며 양측의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동 문제의 중재자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취지로 홍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는 냉전시대부터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으며, 소련 해체 후 러시아나 구소련 지역에서 100만명 이상이 이스라엘로 이주할 만큼 이스라엘과도 정서적으로 유대가 깊다.
중국 역시 올해 6월 중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국빈 자격으로 초청해 중국과 팔레스타인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올해 안 중국 방문을 추진했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모두 ‘친구’로 칭하기도 했다.
양국 회담에서 빠지지 않는 우크라이나, 대만 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에도 반대한다’고 중국의 편을 들면, 중국은 ‘위기를 통제할 수 없는 단계로 밀어붙일 수 있는 모든 조처를 (미국과 서방국가는) 중단하라’고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는 형태다.
경제와 군사 협력 문제의 논의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주요 외신은 푸틴 대통령의 방중 수행단에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최고경영자(CEO)와 이고리 세친 로스네프트 CEO 등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수장들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달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군사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었다. 정상 회담 전 의제 사전 조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CIS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일대일로 틀 안에서 양국이 협력하는 방안이 방중의 핵심 주제가 될 것이며, 에너지 분야 새로운 협력과 자국 통화 결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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