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기준금리와 연동되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2.50%로 동결
- MLF 통한 공개시장조작으로 2890억위안 시중에 추가 공급
- 올해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남아 있어
위안화 /사진=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당국이 미국과 금리 격차, 지나친 유동성 공급 부작용 등을 고려해 정책금리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유지했다. 이로써 사실상 기준금리도 동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신 MLF 운용 자금은 추가로 늘렸다.
16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년 만기 MLF 대출금리를 종전 2.50%과 변동이 없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 6월 2.75%에서 2.65%로 0.1%p, 8월 다시 2.50%로 0.15%p 내리는 등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MLF 대출 금리에 손을 댔다.
MLF는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인민은행은 이를 통해 유동성 총량과 금리를 조절할 수 있다. MLF 금리를 낮추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은 줄어들 수 있다.
인민은행은 대신 합리적이고 풍부한 유동성 유지 차원에서 MLF를 통한 공개시장조작으로 7890억위안의 자금을 시중에 풀었다. 이날 5000억위안 규모의 MLF는 만기연장하고 2890억위안(전월 1910억위안)을 추가 투입하는 방식이다. 인민은행은 이와 별도로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거래를 통해 1060억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인민은행은 또 지난달에는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0.25%p 낮췄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준비 비율을 말한다. 이를 내릴 경우 은행은 자금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직접적인 자본 이탈이 없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작다.
중국 신용평가사 둥팡진청의 왕칭 수석 애널리스트는 경제 매체 제일재경에 “9월 지준율 인하와 10월 MLF 운용 자금을 확대한 것은 정책적 측면에서 계속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라며 “연말까지 MLF는 계속해서 공급 금액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재 경기 상승 동력을 공고히 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발표하는 대출우대금리(LPR·사실상 기준금리)도 동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 중국에선 MLF와 LPR가 함께 움직여 왔다.
당국이 MLF나 LPR 조정 없이 유동성 공급 전략을 쓰는 것은 미국이 아직 금리 인상 기조를 완전히 버리지 않은 이유도 있다. 경기둔화 상태인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금리를 내렸고, 반대로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왔다. 이런 상태에서 또다시 중국이 반대 방향의 정책을 펼치면 양국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이는 위안화 약세와 자본 이탈을 부채질할 우려가 크다.
여기다 지금까지 펼쳐놓은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나친 유동성 공급을 경계할 때 쓰는 표현인 ‘대수만관’(농경지에 물을 가득 대는 관개법)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인민은행은 지난 13일 금융통계 관련 브리핑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더욱 신중한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이전 정책의 효과를 면밀히 관찰하며 정책 시행을 가속화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올해 안에 MLF나 LPR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왕칭 수석 애널리스트는 "연말까지 금리 인하가 계속될지는 거시경제와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달려 있다"면서 "국내 물가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이는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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