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숨진 광주 80대 어머니와 50대 딸
유서 봉투엔 아파트 관리비 40만원 담겨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전남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고를 겪던 모녀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모녀는 4년 전 숨진 가장의 억대 빚을 떠안아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지면서도 '신세를 지기 싫다'며 장례비와 관리비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만 지고 떠나 미안하다" 장례비 800만원 남겨
16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37분께 북구 연제동 한 아파트 화단에서 A씨(81)와 그의 딸 B씨(52)가 쓰러져 있는 걸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둘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들은 해당 아파트 17층에 거주하던 모녀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모녀의 집 창문이 열려있고 창문 앞 의자가 놓인 점과 집안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서가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발견된 유서는 친지 앞으로 남긴 편지로 "빚이 너무 많아 힘들다. 신세만 지고 떠나서 미안하다. 옷장에 돈을 남기고 가니 장례를 잘 치러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 옆 봉투에는 마지막 아파트 관리비인 40만원이 들어있었고 옷장에서는 장례비용 명목으로 남긴 800만원이 발견됐다.
남편이 숨지며 남긴 3억 빚 때문에.. 생활고 시달려
조사 결과 모녀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아니었으며, 아파트도 B씨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혼인 B씨는 공기업에 재직 중이며, 어머니인 A씨도 매달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으로 110만원 가량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2019년 A씨의 남편이 숨지면서 3억원 가량의 빚이 모녀에게 상속됐다. 모녀는 상속포기 절차를 뒤늦게 알게 돼 빚을 떠안게 됐고 부채를 갚느라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속을 포기할 수 있는 기간은 상속 개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로 이 기간 안에 상속포기 절차를 밟지 않으면 채무를 포함한 모든 상속이 진행된다.
이들 모녀의 사정을 알게 된 A씨의 동생이 1200만원을 빌려주기도 했지만 부채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유족들을 상대로 모녀의 정확한 사망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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