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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위 닮은꼴' 한경협 윤리위 출범…정경유착 고리 끊는다

외부위원 4인 및 내부 1인 등 총 5인
목영준 전 헌재 재판관, 윤리위원장 선임
협회 기금 조성 및 집행 심의·의결 권한

'삼성 준법위 닮은꼴' 한경협 윤리위 출범…정경유착 고리 끊는다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인협회가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인 윤리위원회를 출범했다.

앞으로 한경협이 회원사 회비를 제외한 일정액을 넘는 기금 조성·집행 시 윤리위 승인을 거쳐야 한다. 계열사 준법감시 역할을 수행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같이 윤리위가 조직 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할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한경협 회원사로 합류한 삼성·SK·현대차·LG 등 4대그룹이 회비 납부, 회장단 참여 등 협회 활동에 신중론을 표하는 가운데 향후 윤리위 활동이 조직 쇄신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협은 17일 외부위원 4인, 내부위원 1인 등 총 5인으로 구성된 윤리위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초대 위원장은 목영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맡는다. 목 위원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차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석좌교수, CJ그룹 환경·사회·지배구조(ESG)자문위원장, 한진그룹 윤리경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외부위원은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김효선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박광우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선임됐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내부위원으로 참여한다.

윤리위는 류진 한경협 회장이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 마련한 혁신안의 핵심이다. 앞서 한경협은 지난 8월 22일 임시총회에서 정경유착 재발 방지 차원에서 윤리위 설치를 정관에 규정했다.

윤리위는 한경협의 윤리경영 사안 및 회원사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재정적 또는 비재정적 부담이 발생하는 안건 등을 심의·의결한다. 윤리위는 재적위원 과반 참석으로 열리며,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승인된다. 위원회는 분기 1회 개최가 원칙이다. 검토해야 할 사안이 발생할 경우 수시 개최한다.

윤리위 의결에 구속력은 없다. 다만, 한경협은 의사결정과 업무집행 시 윤리위 의결을 반드시 고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윤리위가 반대하면 기금 조성과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윤리위 성과는 4대그룹의 협회 활동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한경협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회원사였던 4대그룹은 한경연이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되자 승계 방식으로 한경협 회원사에 복귀했다. 그러나 정경유착 재발 유려를 들어 한경협 활동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삼성은 △부도덕하거나 불법적인 정경 유착행위 △회비·기부금 등의 목적 외 부정한 사용 △법령·정관을 위반하는 불법행위 등이 발생할 시 한경협을 즉시 탈퇴하기로 했다. 달리 말하면 한경협이 윤리위의 엄격한 내부 통제에 기반해 회원사 및 국민 신뢰를 회복할 경우 4대그룹이 실질적 활동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일정 금액 이상 기금은 윤리위에서 필수 심의를 받게 되며, 이에 해당되지 않는 금액도 리스크 요인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며 "윤리위는 검토한 내용을 이사회에 권고하는 등 내부에서 이중 통제가 가능하도록 거버넌스를 선진화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