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TS 경험 없는 중소·중견기업 대응역량 부족"
정부, 저탄소 기술개발·설비교체 사업 내년 1277억 배정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보고 의무를 시행하면서 정부와 우리 기업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국내 철강·알루미늄 등 생산업체 140여곳이 CBAM 시행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칫 대응이 늦을 경우 우리 경제의 핵심인 '수출' 분야의 타격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들은 저탄소 기술 적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대응이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BAM 시행...유럽 수출에 직접 영향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EU는 CBAM 보고 의무를 시행했다.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CBAM은 EU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다른 지역에서 수입하는 제품 간의 탄소배출비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입품에 탄소배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은 △철강 및 철강제품 △알루미늄 △시멘트 △전기 △비료 △수소 등 6개 품목이다.
EU는 10월 1일부터 CBAM을 시행했지만 2025년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2026년 본격시행 전까지는 각 기업별 탄소배출량을 가늠하는 ‘전환기간’으로 이 기간 동안에는 수입업자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 보고하는 의무만 준수하면 된다.
2026년 CBAM이 본격 시행되면 수출기업의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물건을 수입하는 유럽의 수입업자는 수입품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총량만큼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고 이 비용은 결국 해당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대 EU 수출액 681억달러 중 CBAM 대상품목 수출액은 50억4000만달러로 대EU 수출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CBAM 대상 국내 기업은 140여 개로 파악된다. 특히 철강은 대(對) EU 수출 비율이 11.7%(지난해 기준)로 높고,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의 생산 의존이 큰 만큼 중장기적으로 수출 가격 상승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잉곳(괴)를 수입한 뒤 국내에서 가공해 생산하는 알루미늄의 경우 수출 영향은 제한적이나 정확한 배출량정보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포항제철소 3고로가 붉은 쇳물을 다시 힘차게 쏟아내고 있다. 뉴시스
철강 中企 타격 불가피...정부 지원 확대
한국 철강 산업의 EU 수출 비중은 11.7% 수준으로 수출액은 2022년 기준 44억6000만달러(약 6조433억)에 달한다. CBAM의 영향을 받는 알루미늄은 5억4000만달러이다. 비료와 시멘트는 각각 540만달러, 1만달러 규모다.
포스코, 현대제철과 같은 대기업들은 탄소배출 저감 기술을 적용해 2026년까지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이며, 배출량 보고역량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현재 대부분의 국내 중소기업들은 ‘CBAM’ 제도 자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별다른 대응계획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도 국내 배출권거래제(K-ETS) 등의 대응 경험이 없는 철강 중소·중견기업의 대응역량이 전반적으로 낮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안에 업종별 해설서, 실제 보고 사례집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업 실무자들에겐 배출량 산정 방법 등 교육·컨설팅을 강화한다. 중소기업용 간이 MRV(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 자가 진단시스템) 활용을 늘리는 한편, 해외 규격 인증 획득 등 기업 부담을 줄여줄 지원 사업도 이어간다.
또 내년 1277억원을 투입해 저탄소 기술개발·설비교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철강 같은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연구개발(R&D)에도 힘을 싣는다. 수소환원제철 관련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탄소중립 모델 발굴에 나서는 게 대표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EU CBAM에 따른 기업 혼란을 줄이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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