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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자유 지나치게 제한" "교통 혼잡·심야 소음은 막아야" [입장 들어봤습니다]

경찰, 집시법 개정 추진
집시법 ‘해 뜨기 전이나 해진 후’
모호한 기준 탓 헌법 위배 결정
경찰, '0~6시' 집회 금지 추진

"집회 자유 지나치게 제한" "교통 혼잡·심야 소음은 막아야" [입장 들어봤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장애인고용공단 앞에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추진중인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개정해 심야 집회·시위 금지 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행 집시법은 집회 금지시간을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3월 이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해가 진 후부터 자정까지'의 시간대에 대해 금지를 적용하는 경우 헌법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그 뒤 정치권에서 법안 개정을 시도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최근까지도 국민의 힘 윤재옥 의원 등이 집회 금지 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아울러 경찰은 집회 신고 단계부터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공공질서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경우 제한·금지한다는 구상이다. 경찰은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집시법 조항을 근거로 신고를 접수할 때 주최 측에 불법집회 전력 등이 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경찰의 야간집회·시위 개선방안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일각에선 경찰이 사실상 야간 집회·시위를 일괄 금지하고 신고제인 집회·시위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었다.

헌법상 자유가 주어진 집회·시위에 제한을 두는 것은 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집회에 소음 등 불법 행위가 있다면 다른 법으로 규제가 가능한 부분인데 집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미에서다. 경찰 개선 방안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출퇴근 시간 교통 혼잡이나 심야 시간 집회 소음 등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시민 의식으로 개선할 문제"

17일 만나본 일부 시민들은 집회 금지시간을 규정할 경우 집회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취업준비생 장모씨(28)는 "제한 규정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아예 금지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번 금지가 이뤄지면 다른 부분도 금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집회·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밤에 사람이 잠을 잔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자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씨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 때문에 이런 방안이 도출된 것으로 보이는데 불편함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집회·시위를 규제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한모씨(35)도 "집회를 굳이 심야시간에 해야 하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시간에 집회를 원천 차단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며 "시민 의식으로 개선할 문제지 제도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집회·시위로 발생하는 불편이 문제라면 관련법이 있는 만큼 지금도 해소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원생 이모씨(30)는 "집회 과정에서 선을 넘는 표현이 발생한 경우 공연음란죄 등으로 규제할 수 있고 소음도 일정 데시벨을 넘어가면 규제 대상이 된다"면서 "관련법이 다 있는데 굳이 집시법까지 고쳐 집회·시위를 제한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 권한이 너무 커져 시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직장인 박모씨(27)는 "사람들이 모여서 집회를 하다 보면 여러 상황들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어떻게 예측해서 제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향후 경찰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집회를 제한하는 등 악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판단했다.

■"피해 과도해, 제재 필요"

경찰의 제한을 찬성하는 여론도 팽팽했다. 최근 들어 잦은 집회·시위로 피로감과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5월 서울 도심에서 1박 2일 노숙집회나 출근 시간 지하철과 버스 운행을 막는 전장연의 집회·시위를 대표적인 예라고 봤다.

직장인 박모씨(46)는 "집회·시위를 원천 차단해선 안되지만 전장연 시위로 중요한 사내 행사에 지각한 경험도 있어 적정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우리의 집회·시위 문화는 어린이들도 참석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고 법을 지키며 이뤄진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최근 일부 집회는 좀 지나쳐 보였다"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최모씨(35)는 "주말마다 집회로 교통 이용이 불편하고 야간에도 집회 소음에 불쾌했던 경험도 있다"며 "집회·시위 주최측은 최대한 많이 알리고 싶겠지만 피해보는 주변 시민들 입장도 돼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모씨(35)는 "집회·시위 내용에 동의하기 어려운 경우 반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수단이라면 과도한 불편을 주는 방식의 집회는 적절하지 않다. 집회 자체를 막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상대에게도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시위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심야에 집회·시위를 제한으로 헌법상 자유 침해 소지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류모씨(29)는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더라도 다른 시간에 얼마든지 집회·시위를 통한 의견 표명이 가능하다"며 "제한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유모씨(37)의 경우 "출퇴근 시간에 불편했던 적이 많아서 과도하게 피해를 주는 부분은 제재 했으면 좋겠다"며 "다만 밤샘 집회는 광우병 시위를 제외하고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굳이 심야 시위를 금지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노유정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