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충돌 격화, 2차 물가파동 우려
정치권은 위기 때만은 민생 돌봐야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어 2차 물가파동이 우려되고 있다. 중동 사태는 아직은 국지전적 양상을 띠고 있지만 문제는 이란의 개입 여부다. 만약 이란이 전쟁에 개입해 세계 원유의 20%가 이동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 원유가가 급등, 1970년대의 '오일쇼크'와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중동 사태가 이란의 개입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시아파 헤즈볼라와 연대하고 있고, 헤즈볼라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밀접한 관계여서 이란의 개입 가능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현재 90달러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급등할 경우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크게 오른 물가에 엎친 데 덮친 격의 직격탄을 날릴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7일 발표한 9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달보다 2.9% 상승했다. 7월 이후 석 달 연속 오름세인데 여기에는 중동 사태가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였지만 체감물가는 몇 배나 된다. 144개 품목의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그보다 높은 4.4%나 올랐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값이 한 달 전보다 20% 넘게 뛰고 있고 여러 채소와 과일, 설탕, 소금 등 생필품과 식료품 값도 크게 오르고 있다. 외식물가도 마찬가지이며 지하철요금 등 공공요금도 이미 올랐거나 들썩이고 있다. 월급 외에 다 올랐다는 게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됐다.
물가, 특히 외부요인에 따른 물가는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 기준금리도 올릴 만큼 올려 물가당국도 구사할 수단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오일쇼크 발생에 대비해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대비책을 미리 세워놓고 있어야 한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과 무방비로 맞는 것의 차이는 크다.
전기와 가스 요금은 올리지 않을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물가지수 상승에 영향을 주더라도 올릴 만큼 올릴 도리밖에 없다. 당장 겨울이 닥쳐오는데 서민과 취약계층이 문제다.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해 월동을 도와야 한다. 정부가 두 달 연장을 발표한 유류세 인하는 중동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는 세수가 감소하더라도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 맞다. 어려울 때는 정부나 기업이나 수입이 감소하는 만큼 지출도 줄이며 웅크리고 인내해야 한다.
에너지와 식료품 기업 등 기업들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원가 상승의 일정 부분은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감내하기를 당부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강압적으로 물가를 억누르는 것은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기업의 자발적인 판단과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
어려울 때는 정부와 국회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현장을 뛰면서 문제점을 살피고 즉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장관들이 경영과 민생 현장으로 나가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데 열성적이라는 소식은 반갑다.
정치권은 국가와 국민이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만이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하기 바란다. 입이 아플 정도로 당부하고 요구해도 정치인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이니 한심한 노릇이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에 빠져 파업을 일삼는 노조 또한 따끔한 국민의 질책을 받아들여야 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