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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숙소 90%는 불법영업

서울서 영업 숙소 1만6000개
정식등록·허가 업체 1520개

공유숙박 플랫폼을 둘러싸고 불법 운영과 함께 소음, 쓰레기 등 주민 피해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공유숙박플랫폼의 경우 영업하는 업소의 10%만이 등록된 업체인 것으로 나타나 엄격한 단속과 함께 이를 양성화할 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에어비앤비를 통해 서울에서 영업하는 공유 숙소가 1만6000개에 이르지만 서울시에 정식등록·허가된 업체는 1520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공유숙박업체(외국인도시민박·한옥체험·관광펜션·농어촌민박 등)로 등록된 업체 수 4955개이나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등록된 전국의 공유숙소는 5만개에 이른다. 수치상으로 볼때 애어비앤비에서 영업하는 4만5000여개(90%)는 숙박업상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불법 영업하는 공유 숙소가 많아지다 보니 이용객과 인근 주민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업 신고가 없으니 불법 영업 숙소는 안전 점검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화재 등 안전사고에 취약한 숙소의 경우 이용자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공유숙소가 파티 공간 등으로 이용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이 소음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관련 민원이 이어지자 서울시 등 지자체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단속은 쉽지 않다. 예약 결제 전까지 주소가 공개되지 않고 호스트가 연락처 공개 없이 어플 대화 등으로만 연락을 주고받는 경우 장소 특정도 불가능하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실거주자와 이용객을 구분하기도 어렵고 현장 적발도 어려운 상황"며 "신고나 민원 위주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법이 불법 업소를 양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광숙박업법은 수차례 개정 시도에도 지난 2012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행법상 도심에서 공유숙소를 운영하려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에 사업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영업대상이 '외국인'에게만 한정돼 내국인을 손님으로 받으면 불법이다. 아파트를 공유민박업소로 등록하려면 그 층의 전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처벌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불법 공유숙박 업소는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하지만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불법 영업을 고수하고 있다. 단속이 된다고 해도 벌금보다 수익이 많은 실정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전라남도 목포에 공유숙박업을 준비하는 곽모씨(33)는 "정식 등록 절차를 밟고 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며 "또 정식 등록을 하더라도 국내 여행을 한 내국인들에게는 빌려줄 수 없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주민 불편함 등을 고려한 공유숙박업에 관한 법적인 취지는 공감하나 단속도 이뤄지지 않고 현실과 맞지 않는 등 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이라며 "실정에 맞지 않는 법을 고치고 단속을 강화하는 '채찍'을 줘야 한다. 동시에 합법 영업을 하는 경우 내국인 손님을 허용하는 등의 '당근'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