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가 꼭 불협화음은 아니다. 유심히 듣다 보면 자연스러울 때가 있다.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 이른바 F4(Finance 4) 수장의 톤과 매너가 조금씩 다른 걸 두고 하는 얘기다.
당장 이번 주에 나온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수장의 목소리도 같은 듯 다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그 자체가 앞으로 장기 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 소위 '망국병'이라고 할 만큼 사회·경제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많다"고 말했다. 당장은 미시조정을 통해 해보되 '정 안 된다면' 금리를 통한 거시조정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틀 전 이복현 금감원장은 "가계대출이 늘지 않으면 좋지만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100%, 105%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급격하게 줄이는 것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며 연착륙에 방점을 찍었다.
문제는 엇박자가 아니다. 중장기 시계에서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안정, 금융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감독기관의 '톤과 매너'는 다를 수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완만한 축소'라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면 성과로 보여주면 된다. 엇박자 논란 진화에 힘쓰기보다 정책수단과 내용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금융위원회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정착 △은행권의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관행 안착 등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차주단위 DSR 규제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인지, DSR 산정만기나 예외범위를 일부 손보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내용은 아직이다. 내년 1월까지 운영하기로 한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을 중단한 데 이어 또 다른 '오락가락 행보'가 우려되는 이유다. 상황 변화에 그때그때 대응해야 하는 게 정책당국의 역할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하다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기획재정부·한은·금융위·금감원 수장이 만나 비공개로 정책현안을 논의하는 F4회의 외에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다른 협의체가 필요한지도 검토해 볼 지점이다.
중장기 시계에서 경제를 보는 한은과 건전성 규제 결정권을 가진 당국이 정책 속도와 내용을 조율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가계대출이 주택관련대출 위주로 늘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국토교통부 등의 참여도 필요해 보인다.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메시지보다는 '함께 논의해서 걸어가고 있다'는 성과를 보여줄 때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금융부 기자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