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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종전 뒤 가자지구 생명줄 끊겠다"...전쟁 3단계의 최종 단계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 "종전 뒤 가자지구 생명줄 끊겠다"...전쟁 3단계의 최종 단계
가자지구 남쪽 이집트 접경 지역인 라파시에서 20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를 헤치고 생존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금까지 413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신화연합

이스라엘 "종전 뒤 가자지구 생명줄 끊겠다"...전쟁 3단계의 최종 단계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전쟁을 끝낸 뒤 가자지구 전력, 수도 공급 등을 더 이상 책임지지 않겠다고 20일(현지시간) 폭탄 선언했다. 이날 하마스에 납치된 200여명 인질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대형 펼칠막이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내에 펼쳐져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해 하마스와 전쟁을 끝내고 나면 가자지구에 전력, 수도, 가스 등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겠다고 20일(이하 현지시간) 선언했다. 생명줄을 끊겠다는 것으로 더 이상 가자지구 사람들의 삶을 책임질 의무가 없다는 선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의회 외교·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이 끝나고 나면 "가자지구 사람들의 목숨에 더 이상 책임이 없다"면서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은 하마스와 전쟁이 3단계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이번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 시민들이 '새로운 안보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하마스가 기습공격해 14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뒤 가자지구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탯줄 끊는다"
지금까지는 하마스를 격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기는 했지만 하마스를 없앤 뒤 가자지구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부계획을 공개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에 갈란트를 통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잇는 모든 연결망을 끊겠다는 사실상의 가자지구 주민 절멸 계획을 내놨다.

이는 갈란트가 제시한 3단계 전쟁 계획의 마지막 세번째 단계다.

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 일부를 대상으로 이스라엘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유화책을 쓰기도 했으나 이번에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허를 찔리면서 초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했지만 이전 전쟁 전까지 계속해서 전기 등을 공급해왔다. 아울러 제한적으로 물품반입도 허용해 왔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더 이상 가자주민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해법에서 그 해법의 일부로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가자지구와 연결된)탯줄을 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쟁 이전에 열었던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넘어오는 통로는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3단계 전쟁
갈란트는 하마스와 전쟁이 3단계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첫 단계는 지금과 같은 공중 폭격과 "테러리스트들을 무장해제하고 하마스 기간망을 파괴하는" 것에 초점을 둔 지상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번째 단계는 가자지구내 잔존하게 될 '소규모 저항 세력'을 제거하는 저강도 전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세번째 단계는 "가자지구의 삶에 대한 이스라엘의 책임을 제거하고, 이스라엘인들의 새로운 안보 현실을 설정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갈란트는 밝혔다.

가자지구와 모든 연결고리를 끊고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 세번째 단계의 전쟁 계획이다.

구호 지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가자지구에 물과 식량, 의약품이 지원되도록 반입을 허용하기로 이스라엘과 합의됐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20일까지도 구호물자 지원이 막혀있다고 FT는 전했다.

구호물자가 하마스 손에 들어가지 않고 주민들에게 간다는 것을 입증하는 방안을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고위 관자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반입되는 구호물자가 하마스의 군사용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엔이 감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유엔은 또 구호물자 지원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이전처럼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트럭 20대 분량의 일회성 구호물자 반입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유엔은 이전처럼 하루 450대 분량의 구호물자 반입이 지속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가자지구내에 발이 묶인 이중국적자들, 외국인들이 가자지구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이견이 있어 외국인 탈출이 어렵다.

이집트 정상회담
이집트가 가자지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상회담을 21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유럽 각국의 입장이 갈리면서 회의에서 성과가 나올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아랍국가들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휴전을 요구하는 성명도출을 압박할 것이라는 점에 부담을 느끼는 나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성명 초안에는 이스라엘의 자주권에 대한 언급도 없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때문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회담에 불참하기로 결정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직 참석 여부를 정하지 못했다.

영국은 리시 수낵 총리 대신 제임스 클레벌리 외교장관을 보낸다.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지금까지 4137명이 사망하고, 1만3162명이 다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