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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마켓워치] 韓 국채 4% 대 진입..."한미 금리 동조화"

[파이낸셜뉴스] 미국 국채 금리 10년물이 16년 만에 5%대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고금리 시대'에 사실상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은 이제 고금리가 어디까지 가서 머물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fn마켓워치] 韓 국채 4% 대 진입..."한미 금리 동조화"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사진=뉴스1

韓 국채 4% 대 진입...'비정상(초저금리)의 정상화일까'

2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9일 연중 최고치인 연 4.070%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5%대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 금리도 동조화 현상을 보인 영향이다. 지난 20일 연 4.044%로 상승분을 소폭 반납했지만 여전치 최고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 금리인상 종료설에 힘이 실리면서 지난 2월 연 3.1%까지 떨어졌던 3년물 금리는 금리인상 종료설이 힘을 잃으면서 점차 올라 4%를 넘어섰다.

10년물도 이달 19일 연 4.362%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대표적이 단기물인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20일 연 환산 기준 4.20%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는 미국의 국채 금리와 동조화를 이루는 만큼, 미국 국채 금리의 움직임은 우리나라 채권 시장의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

미국 국채 금리의 5%대 진입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 영향이 컸다. 지난 19일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며 매파적 발언을 내놨다. 그 여파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선을 돌파했고 뉴욕 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연준 의장은 매파적 연설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파월의 발언에서 금리 하락 재료를 찾지 못했다"면서 "시장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까지 상승한 점에 충분히 (낮은 가격 측면에서) 매력을 느끼겠지만 통화정책의 여전히 높은 만큼 섣부르게 매수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시대가 본격화 했다는 점에서 시장 경계감이 커진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11년 이전 연 4%대 수준이었다. 지난 2004~2005년 국고채 금리가 연 4% 수준에서 소폭 떨어졌지만 연 3~4%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았다. 이에 최근 국고채 상승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정상(초저금리 시대)의 정상화'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미 국채 발행 확대+전쟁리스크, 韓·美 금리 상승 재료

또 미국 재무부의 국채발행 확대도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는 재료로 꼽힌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지역에서도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의 전쟁 지원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가 더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19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를 나타냈다. 이번 동결은 6회 연속 동결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가 세계경제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전쟁에 따른) 경기 및 물가 모두에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가 향후 물가목표 도달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힌 부분에 주목했다. 그는 "6명 금통위원 중에서 5명 금통위원은 물가가 전망 경로를 이탈할 경우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그러나 이 총재는 아직 이스라엘 사태에 따른 세계경제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2024년 주인공은 나야 나 "부채"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의 시선이 '물가'보다 '부채'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시장과 통화정책의 지배적인 화두였다면 2024년에는 부채가 주인공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많은 국가가 코로나 관련 확장 정책을 되돌리려는 움직임(디레버리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급과 시장 우려를 생각해 보면 부채는 금리 상승 압력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면서 "부채는 채권을 의미하고 부채가 증가했다는 것은 채권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채권이 많아지면)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가격하락, 금리상승)"면서 "시장은 지금부터 부채 문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투자 심리 위축도 시장을 약세로 이끈다"고 말했다.

특히 부채규모보다 이자 부담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자 부담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이라며 "급격하게 상승한 시장 금리와 긴축 통화정책, 국채 발행 급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물가 안정, 완전 고용 모두 연준의 최우선적인 통화정책 목표"라며 "그러나 미국 정부는 재정 시스템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을 방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물가 문제에 있어 한숨을 돌린 만큼 부채도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고려사항이 될 수 있는 시기"라면서 "긴축의 완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