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료전달체계 확립 먼저"
의료수가 인상 등 유인책 마련해야
대학병원 외래 1만명은 '비정상'... 연구·교육중심 역할 재정립 필요
필수의료 위기 속에서 정부가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야심 차게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2일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좋은 안을 가지고 나왔지만 수도권 대형병원 이용을 선호하는 국민정서와 1·2·3차 의료전달체계의 명확한 구분, 필수의료 수가의 파격적 지원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국립대병원이 필수의료의 중추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정립·수가 개선 필요"
이번에 발표된 혁신전략은 필수의료와 지역의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일종의 총론으로, 구체적 추진방향은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향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의료계 등과 협의를 지속할 예정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혁신전략의 추진방향에는 상당부분 공감했지만 향후 TF와 의료계의 세부적 협의 과정에서 수도권 상급병원에 대한 국민의 지나친 선호현상의 개선과 수가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중입자가속기 치료처럼 수도권에 장비가 있는 치료라면 몰라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질환은 지역에서 치료하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도 "1·2·3차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정립해서 한정된 재원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필수의료의 수가를 현실성 있게 높이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이번 정책에 실효성이 생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 회장은 "이번 의대정원 확대 이슈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한국의 의사 수가 적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수가를 비교하는 분석은 보지 못했다"며 "당장 분만수가만 보더라도 한국은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방분원 억제·대학병원 역할 재정립
지역의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 대학병원의 지방분원 설립을 제한하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연장선에서 대학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한 치료와 연구·교육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 소장은 "기업들도 수도권 규제를 하듯이, 지역의 의료를 살리려면 지방분원 확장부터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정서라면 지방에 들어선 분원으로 환자가 몰릴 것이고, 결국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 11개 대형병원은 오는 2026~2027년 개원을 목표로 수도권에 분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대학병원에서 외래환자를 1만명씩 보는 것은 비정상"이라면서 "이번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원칙 그대로 대학병원은 중환자 치료와 응급실 같은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 또 전공의 교육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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