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론 속 민주당 우세 분위기
민주당 일당독주 옳지 않다는 여론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중앙)가 지난해 12월28일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을 찾아 최고회의를 가졌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광주·전주=황태종·강인 기자】 호남을 챙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호소가 무용한 분위기다. 오래도록 진보계열 정당이 강세를 보인 호남에서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독주가 예상된다.
더구나 호남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정권심판론이 비등하다. 거듭되는 실정에 예산 삭감 사태까지 겹치며 민주당 독주가 점쳐진다.
다만 전통적 열세 속에서 국민의힘이 당선자를 배출하면 지역사회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 반영이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민주당 일당독주에 대한 부정 여론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전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은 총선 후보들이 시민보다는 민주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경선이 끝나면 당선자 행세를 하는 일부 후보들을 보며 호남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역사회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전북은 10개 의석 중 민주당 9석과 무소속 1석이 당선됐다. 광주와 전남은 18개 의석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다.
전북, 예산 폭거 정부에 철퇴 예상
전북은 내년 새만금 SOC(사회기반시설) 예산 대폭 삭감에 따른 정부 비난 여론이 강하다.
새만금 예산 6626억원이 정부부처 단계에서 반영됐지만 기획재정부를 거치며 정부예산안에서 1479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5147억원(77.6%)나 잘려 나간 것은 개발을 멈추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되며 정부를 향한 비난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9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새만금 SOC 예산 삭감 규탄대회를 열고 삭발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같이 새만금 예산이 지역정가 이슈를 모두 삼키며 새만금 사업 정상화가 총선 핵심포인트로 떠올랐다.
이에 국민의힘 후보들은 힘든 경쟁이 예상된다. 국힘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이 지난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 수도권 출마를 결심한 것은 당선 가능성이 그만큼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를 지지하며 국힘에 입당했다.
민주당 후보들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 당선 가능성이 있는 곳은 유일하게 전주 을 지역구가 꼽힌다.
전주 을은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현역으로 있고 민주당 양경숙 의원(비례)과 이덕춘 변호사 등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20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시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당선된 국힘 정운천 의원(비례·재선)이 나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변수는 의석수가 될 수도 있다. 수도권 인구 증가에 따라 의석 증원 논의가 시작되면 10개인 전북 의석이 9석으로 감소할 수 있는 상태다.
백창민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소통국장은 "총선에서 압승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며 "중앙당 원칙에 따라 지역을 위한 검증된 후보가 선정되면 현안을 명확하게 판단해서 선거 전략을 수립할 것이다"고 말했다.
손성준 국민의힘 전북도당 사무처장은 "총선 상황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통령 공약 사업과 전북 발전을 위한 사업들 점검해 공약을 만드는 등 정책적 부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역량 있는 후보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배숙 도당위원장이 중앙당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전남, 민주당 내부 경쟁 관심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지지기반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인식되고 있는 광주·전남에선 민주당 독주체제가 계속 이어질지와 민주당 내 계파 갈등에 따른 현역 의원들의 생환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여기에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역대급 득표율을 기록한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최소 1석 이상을 확보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난 21대 총선에서 광주·전남지역 18석을 싹쓸이하며 독주체제 유지에 성공했지만, 의원들이 중앙 정치 무대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상당수 의원들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적게는 5~6명, 많게는 10명 안팎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21대 총선에서 전남 10석은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사진은 지난 2020년 4월16일 당시 전남 지역구 당선인들이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모습. 뉴시스
실제 역대 총선에서 광주·전남지역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은 16대 61%, 17대 66%, 18대 52%, 19대 35%, 20대 47.3%에 달했다. 특히 21대 총선에선 광주는 8명 중 7명, 전남은 10명 중 8명 등 18명 중 15명이 새 인물로 교체되는 등 83%에 달했다. 특히 올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광주·전남 유권자 절반 이상이 물갈이에 찬성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여기에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역구 공천을 둘러싼 친명계와 비명계간의 대립 양상도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오는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이뤄질 현역의원 평가도 내년 초 당내 경선의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과 소수 야당이 약진할지 여부도 주목을 끈다.
우선 국민의힘은 지난해 대선에서 '광주의 강남'이라 불리는 남구 봉선동을 중심으로 최고 38%의 득표율을 얻는데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주기환 광주광역시장 후보가 15.9%, 이정현 전남도지사 후보가 18.8%의 득표율을 획득한 여세를 몰아 이번에 광주·전남에서 최소 1석 이상을 당선시킨다는 전략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40~50대의 참신한 인재를 영입하고 내부 경선 등을 통해 전략지구에 공천한다는 방침이다.
진보당은 광주 7명과 전남 4명 등 내년 총선 후보자 명단을 일찌감치 확정해 발표하는 등 분위기 주도에 나섰고, 정의당은 '당을 다시 만들겠다'라는 각오로 정당 지지도 2배, 유권자 1% 당원 조직, 민생센터 설치 등을 목표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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