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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여야는 당장 정쟁 멈추고 민생 경쟁에 승부 걸라

여 혁신위, 야 대표 당무복귀
여·야·정 3자 회동 성사 주목

[fn사설] 여야는 당장 정쟁 멈추고 민생 경쟁에 승부 걸라
23일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fn사설] 여야는 당장 정쟁 멈추고 민생 경쟁에 승부 걸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내년 4월 총선체제 준비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23일 당 쇄신작업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날 국정기조 전면 쇄신과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면서 당무에 공식 복귀했다. 이 대표의 복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쇄신 등을 요구하며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하다 지난달 18일 건강이 악화해 병원에 실려간 지 35일 만이다. 복귀 일성으로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다.

여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12일 만에 인 교수 영입에 성공했다. 김기현 대표는 인 교수가 수장을 맡을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혁신의 지휘봉을 잡은 인 교수는 19세기 미국에서 온 선교사 유진 벨의 증손자로, 4대째 대를 이어 한국에서 교육 및 의료 활동을 펼쳤다.

2012년 대한민국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귀화 1호의 주인공이 됐다.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통합에 대해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남 순천 출신에 박근혜 대통령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어서 인재 동맥경화증에 걸린 여당에 다소간의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여당 혁신위가 제대로 굴러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이 혁신위를 꾸렸다가 역풍을 맞은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야당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보유 논란 등을 수습하기 위해 혁신위를 띄웠지만 첫 위원장은 임명 당일 낙마했고, 후임 위원장도 잦은 설화로 논란을 빚다 동력을 상실했다. 혁신안은 유야무야됐다.

인신구속이라는 최악의 고비를 넘은 이 대표는 당무 복귀와 함께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3자회동을 역제안했다. 민생을 돌보고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대통령과의 양자회담 제의에서 한 발짝 나아간 것은 다행이다. 다만 여·야·정 3자회동을 제안하면서 앞뒤 행동이 다른 점은 유감이다. 민주당 최고위는 여당 대표의 여야 대표 민생 협치회담 제안을 '바지사장과의 의미 없는 만남'이라고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우리는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민생 현안에 집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은 민생 현안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댈 시간이다. 극한투쟁 모드에서 벗어나 협치 기조를 복원하는 게 시급하다. 여야가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아 경제난 극복과 민생 개선을 위한 실용적 논의에 임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여당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세를 멈추고, 야당도 방탄을 위한 정쟁 유발과 입법폭주를 중단하는 게 마땅하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로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61%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17%), '독단적·일방적'(10%), '소통 미흡'(9%), '통합·협치 부족'(이상 6%) 등이 제시됐다.
국민들은 정부와 여당에 소통을 넓히고 민생을 더 챙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든 야든 5개월여 남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이기려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야 한다.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