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법무부가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에 돌입한다. 재범 방지를 위한 성충동 약물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 확대도 추진한다.
법무부는 오는 26일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제·개정안은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거주지를 제한하고 성충동 약물치료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이들의 주거지를 둘러싸고 사회적 불안감이 확산했었다. 미국의 경우 ‘제시카법’을 통해 39개 주에서 아동성범죄자의 학교 등 시설 인근 거주를 제한하고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를 특정 장소로 지정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이번 제·개정안에서 출소 전 또는 전자감독이 집행 중인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검사가 청구하면 법원이 전자장치 부착기간 내에서 기간을 정해 ‘거주지 제한명령’을 부과하도록 했다.
거주지 제한명령을 부과할 때 거주지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지정하도록 했다.
당초 법무부는 유치원·학교 등 일정 시설로부터 거리 기준을 두고 거주제한을 적용하는 방식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 경우 거주지역 부족으로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노숙자로 전락해 재범 위험성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제기됐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주제한을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한정했다는 것이 법무부 측의 설명이다.
법무부는 ‘한국형 제시카법’과 함께 고위험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성충동 약물치료를 활성화하는 내용의 성충동약물치료법 개정도 추진한다.
성충동 약물치료는 약물을 통해 성범죄자의 과도한 성충동을 조절해 재범을 막고 일상 복귀를 돕는 제도다. 지난 2011년 성충동약물치료 제도 시행 이후 75명에 대해 약물치료가 집행됐는데, 이 중 재범자는 단 1명(1.3%)에 불과할 정도로 재범 억제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그동안 활용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현재 기소 단계에서 검사의 재량으로 되어있는 성충동 약물치료 진단·청구를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약물치료를 선고받지 않고 수형 중인 경우더라도 거주지 제한명령 신청 전에 약물치료를 추가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약탈적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국민들께서 얼마나 불안해하셨는지 잘 알고 있다”며 “한국형 제시카법을 통해 국가가 이들을 더욱 강력하게 처벌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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