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일상 되찾는 거리
맛집 북적이고 카페도 시끌시끌... 상권 매출 60~70% 회복 수준
참사 주범 불법증축 여전 '문제'
전수조사 결과 총 1883건 달해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을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이태원 참사' 후 약 1년이 지났지만 용산구 일대는 여전히 불법증측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공허했던 세계음식문화의 거리에 최근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있다. 참사의 기억만 지울 수 있다면 예년의 일상과 다름없어 보였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는 팔짱을 낀 채 거리를 활보했고, 맛집을 찾아 서성였다. 카페에서는 외국인들이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테라스에 앉은 사람들은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했다. 다만 지난 1년 동안 바뀌기를 바랐던 '불법증축'마저도 일상인 것처럼 그대로라는 점은 안타까웠다.
■"이태원, 못 올 곳 아니다"
24일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의 아픔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하모씨(19)는 "1년 전 이곳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미안함 등 만감이 교차하지만, 이곳(이태원동)을 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경남 통영에서 서울로 관광을 왔다는 이모씨(40대)도 "1년 전 사회적 재난이 일어난 곳이라서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못 올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지역 주민들도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중앙시장에서 장을 보고 귀가 중이던 한모씨(70대)는 "이곳(이태원)이 귀신에 씐 곳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이곳 역시 그냥 사람 사는 곳"이라며 "요즘 들어 다시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태원이 일상을 찾아가면서 관광객도 늘고 있었다. 참사 전에도 이태원은 서울의 대표 관광특구였다.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온 사오우씨(40)는 2박3일의 짧은 서울여행이지만 일부러 이태원을 찾았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크게 인기를 얻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배경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오우씨는 "뉴스와 신문 등 일본의 미디어도 이태원 참사를 비중 있게 보도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며 "1년 전에 다수의 인파가 압사당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던 장소라고 알고 있지만, 사건의 비극과 장소성은 별개의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태원이 다시 붐비기 시작하자 지역 상인들의 일상도 회복되고 있었다.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참사 전 대비 60~70%는 회복됐다고 한다.
■이태원 불법증축 '여전해'
그동안 바뀌기를 바랐지만 아직 그대로인 부분도 있었다. 참사 원인 중 하나로 꼽힌 '불법증축' 건물이다.
이태원을 거닐다 보면 곳곳에서 불법증축으로 의심되는 건물을 볼 수 있었다. 더구나 참사가 발생했던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도 불법증축이 의심되는 구조물이 있기도 했다. 테라스 확장을 통한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만들어진 구조물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골목은 여전히 비좁았다.
용산구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적발한 불법증축물이 총 279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199건에 대해 이행강제금 2억6450만원을 부과했다. 참사 이전 적발돼 시정되지 않은 불법증축물까지 합하면 총 1883건에 달한다.
아울러 해밀톤호텔 서쪽 가벽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해밀톤호텔이 참사 전 북쪽에 세운 불법증축물과 서쪽에 에어컨 실외기를 가리기 위해 설치한 철제 가벽은 이태원 참사 발생 골목의 인구밀집도를 높여 인명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관련해 해밀톤호텔 측은 북쪽 증축물은 철거했으나 서쪽 가벽은 불법적 요소가 없어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해밀톤호텔 서측 골목 앞에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추모공간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모든 분들의 편안한 쉼을 기원합니다'와 '두 번 다시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안전한 한국을 만들겠습니다' '남은 우리는 그 한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등이 적혀 있었다.
이날 포스트잇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테이프로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던 A씨는 "우리 사회가 그날의 참담함을 기억하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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