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이태원 참사 1주기
구청장·경찰 관련 재판 지지부진
특별법 제정도 여전히 계류상태
유족 "진상 못밝히고 시간만 흘러"
연합뉴스
서울 용산 이태원이 다시 붐비고 있다. 오는 10월 29일이면 '이태원 참사' 1주년이 된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지만 여전히 이태원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용산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상인들은 '핼러윈'이라는 이름을 지웠다. 사고로 곳곳에서 불법건축물 논란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불법건축물도 곳곳에 있었다. 참사 관련 재판이나 특별법도 결론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에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던 유가족들도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4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참사 현장인 이태원에는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 앞에서는 오는 29일까지 시민추모대회가 열린다. 대전, 광주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 등도 추모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월드 등 테마파크는 핼러윈데이 테마행사를 올해 열지 않기로 했다. 거리에는 관련 물품으로 장식한 상점을 찾기 어렵다.
추모 분위기가 강한 배경에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공방이 '공회전' 중인 영향이 크다. 사건의 주요 책임자로 지목되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3회씩 공판을 거쳤음에도 '재난안전법상 관리 책임 여부'를 둘러싸고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야당 측의 탄핵소추로 참사 책임의 중심에 섰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월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 등 '윗선의 책임' 또한 불투명한 상태다.
사고 발생의 주요한 원인이었던 '불법증축' 문제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특별점검을 해 신촌역, 홍대입구 등 인파가 몰리는 75개 구역에서 불법건축 및 무단적치물 위반행위 2611건을 적발했다. 서울시는 이행강제금을 최대 4배까지 올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지난 1월 입법 예고했으나 서울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제동이 걸린 상태이다.
참사 관련 법안도 국회에서 맴돌고 있다.
이태원 특별법(10·29이태원참사 피해자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은 지난 6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의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이후 지난 8월 말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됐지만 여전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등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했던 기억을 뒤로한 채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도 처벌받은 이도 없다"며 "정부·여당은 국민 159명이 희생당한 참사에 대해 반성하고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이를 왜곡하고 국민의 기억에서 참사를 지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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