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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서방 좌파의 하마스 두둔에 "충격"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서방 좌파 비난
이스라엘 좌파, 하마스 두둔하는 서방 좌파에 "배신감"
미국과 유럽 좌파의 "도덕적 무감각"에 놀라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서방 좌파의 하마스 두둔에 "충격"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유발 하라리 역사 교수가 지난 3월 3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역사 교양서적 ‘사피엔스’의 저자로 국내에 잘 알려진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이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하마스를 지지하는 서방 좌파 세력을 비난했다. 과거 베냐민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우파 정권을 비난했던 하라리는 맹목적인 미국과 유럽의 좌파 세력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영국 런던을 방문한 하라리와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에서 역사 교수를 맡고 있는 47세의 하라리는 2011년 거시적인 역사적 통찰을 담은 인문학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출간했다. 그는 후속작 ‘호모 데우스’ 등 다양한 저술활동과 강연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라리는 과거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개혁 등을 강도 높게 비난했으며 이스라엘 우파 세력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평화 운동가들과 대화한 이후 입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라리는 이스라엘의 평화 운동가들이 “완전히 황폐화 되었으며 동맹이라고 생각하던 이들에게 버림받고 배신당했다는 기분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반응에 대해 “일부에서 하마스를 비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책임을 이스라엘에 씌우는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끔찍한 공격을 두고 이스라엘과 연대도 부족했다”고 밝혔다.

맨부커상 수상자인 소설가 데이비드 그로스만을 포함한 이스라엘 좌파 및 평화 운동가 60명은 지난 16일 공개 성명을 내고 하마스를 지지하는 미국과 유럽의 좌파 세력을 비난했다. 해당 성명문에 담긴 서명은 계속 늘어나 현재 약 90명이 이에 동참했으며 하라리 역시 서명을 추가했다.

성명문에는 “우리는 이스라엘 민간인을 겨냥한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미국과 유럽 좌파들의 부적절한 반응을 매우 우려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성명문 저자들은 “서방 좌파의 반응은 국제적인 좌파 정치세력의 심란한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등, 자유, 정의, 복지를 옹호하는 좌파 개인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도덕적 무감각과 정치적 무모함을 드러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주장했다.

성명문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복과 점령에 단호히 반대하는 것과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잔혹한 폭력 행위를 명백히 비난하는 것 사이에는 모순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시에 "일관된 좌파라면 두 입장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하라리는 하마스의 공격 직후 미국 하버드 대학의 학생 단체나 좌파 단체가 이스라엘에 책임을 물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이 과거 독재자로 악명을 떨친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서기장을 지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라리는 “정의에 대한 고정된 시야를 추구하면서 매우 잔혹한 정부나 운동에 합류하는 사례는 극단 좌파들에게 처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며 “같은 사람이 동시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라리는 국제적인 좌파 그룹의 반응이 중요하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를 형성하는 '두 국가 해법'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