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업익으로 이자 못낸 기업 42%로 늘며 2009년 이후 최대
차입금 의존도는 31%까지 증가
올 기업대출 이미 1238兆 돌파
줄도산 막을 '기촉법'마저 끝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 비중이 지난해 42.3%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안정성도 동반 악화된 것은 물론 기업들의 차입금 의존은 더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성장세 둔화와 고금리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기업 실적부진이 이어진 만큼 기업대출 부실이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비금융 영리법인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전체의 42.3%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14년래 최고치다. 2017년 32.3%를 기록했는데 5년 만에 10%p 상승한 것이다.
전체 기업 이자보상비율은 348.57%로 전년(487.90%) 대비 100%p 가까이 하락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 미만이면 번 돈보다 이자비용이 더 많다는 의미다. 기업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동시에 금융비용부담률이 올라 이자보상비율이 급락했다.
기업들의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이자비용의 5배 이상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기업은 지난해 34.2%로 전년(38.2%) 대비 줄었다. 전체 기업 중 재무안정성이 좋은 기업 비중이 감소한 것이다.
이성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들과 100% 이상인 기업들 사이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재무안정성이) 좋은 기업은 더 좋아지고, 나쁜 기업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재무안정성을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도 불안하다. 지난해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22.3%, 차입금의존도는 31.3%로 각각 전년 대비 상승했다. 대규모 영업손실이 났던 한국전력공사와 가스공사를 제외하더라도 차입금의존도는 전년(29.9%) 대비 소폭 상승한 30.4%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 악화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장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2021년 17.0%에서 2022년 15.1%로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부문 영업손실이 발생한 후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정보기술(IT)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 또한 2021년 5.6%에서 지난해 4.5%로 악화됐다. 부동산 경기 및 자본시장 부진 등으로 기업 배당·투자수익이 줄어들면서 매출액 세전순이익률도 전년 대비 약 2%p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대출 부실이 금융안정 잠재리스크로 꼽힌다. 고금리에 기업 상환부담은 커지는데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환능력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11.3%로. 2012년(181.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중소기업 차입금 의존도(42.1%)는 2009년 이후 역대 최고, 부채비율(171.3%) 또한 2016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다.
기업대출은 지난 9월에만 11조원 넘게 늘어나는 등 증가세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238조2000억원으로 이 중 중소기업대출은 994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기업신용(대출+외상거래)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24배 수준으로 외환위기 때(1.13배)를 넘어섰다.
부실위험기업의 신속한 워크아웃을 유도·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현재 효력을 잃은 상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촉법 실효 이후 "채권은행 운영협약을 적극 활용하고, 은행권 협약범위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기 위해 10월 중 채권금융기관 구조조정 협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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