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 대비되어 있지 않으면 중국 체류는 시작부터 곤경에 빠진다. 위챗, 알리페이 등 중국 토종 모바일 결제 앱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바일 앱으로 호출해야만 택시를 탈 수 있고, 상점에서도 현금은 물론 카드도 사절이다. 식당에서는 QR코드로 메뉴를 고르고 지불한다. 유적지나 미술관, 박물관에서도 QR코드를 스캔해 입장하고 아파트 관리비 지불도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베이징, 상하이에서만 그렇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국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디지털과 오프라인 서비스의 결합은 팔고 사고, 먹고, 쓰고, 돈 내는 일상에서부터 행정과 치안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역의 디지털 차이나를 만들어 냈다. 구글과 네이버, 카카오 등을 막아놓고 디지털 만리장성의 벽을 높인 가운데 자체 디지털 생태계는 세포분열 속도로 확장 중이다.
지급결제 등 핀테크 중심의 초기 디지털 전환은 자율주행과 빅데이터 활용 및 거래, 스마트 제조, 스마트팜까지 전 영역에 걸쳐 촘촘한 서비스 망을 쌓으며 진화 중이다. 디지털 차이나의 수준은 통신전자 업체 화웨이의 전기차 분야 성취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선보인 전기차 아이토는 화웨이의 디지털 운영 시스템으로 달린다.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도 지난달부터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AI와 함께 베이징 이좡에서 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주행택시 200대 운행에 들어갔다. 중국 10여곳에서 자율주행택시를 운행해온 바이두는 안전요원을 동승시켜 왔었다. 바이두는 오는 2027년쯤 완전 자율주행택시를 중국 전역에서 운행할 계획이다.
서구를 제친 이 같은 질주 뒤에는 안면인식 및 시각분야 인공지능 기술의 성취가 있다. 2005년 2.5%에 불과했던 디지털경제 비중이 2021년 39.8%로 폭발적으로 팽창한 것도 기술력의 돌파와 벤처 열기의 시너지 덕택이었다.
리창 총리는 올 3월 정부업무보고에서 기존 전통산업과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계획을 밝혔다. 성장둔화와 미국의 견제 속에서 시진핑 정부는 디지털경제를 통한 질적 도약의 동력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디지털 차이나 구축계획도 이 같은 의지와 방향성을 담았다. 빅데이터 등 데이터자원 통합관리, 5G 생태계 확대, 국가 간 디지털 실크로드, 디지털·데이터 안보 등이 계획의 뼈대이다.
지난 18일 중국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4.9%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을 내놓았다.
중국의 전통산업에 눈을 고정시킨 사이 질주하는 디지털 차이나는 더 크고, 더 융합적인 시장과 영역을 만들어 냈다.
성장둔화 속에서도 2년꼴로 한국 규모의 경제체 하나씩을 만들어내는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는 중국. 잠재성장률 1%대의 장기 저성장 위기에 직면한 한국에 디지털 차이나와의 동승은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자 기회이다. 더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접근에 박차를 가하면서 협력공간 확대에 속도를 낼 때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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