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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시장 '티핑포인트' 도달"..."수요, 충분치 않아"

[파이낸셜뉴스]
"美 전기차 시장 '티핑포인트' 도달"..."수요, 충분치 않아"
미국 전기차 시장이 수요 부족 속에 조그만 변수에도 요동칠 수 있는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기차 생산 업체들이 고금리 속에 가격 경쟁력을 잃은 전기차 분야 투자를 잇달아 축소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전기차 시장, 최소한 미국 전기차 시장은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아주 작은 계기만 있어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것이다.

3·4분기 미 전기차 판매가 급증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요가 충분치 않다는 판단 속에 전기차 업체들은 투자 축소에 나서고 있다.

비용 절감이 최우선 과제


28일(이하 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리서치 업체 켈리블루북(KBB) 조사에서 미국의 3·4분기 전기차 판매 대수는 31만3000대를 돌파해 1년 전보다 50% 가까이 폭증했다. 전기차가 전체 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9%로 늘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이같은 놀라운 신장세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기 충분할 정도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포드 최고경영자(CEO) 짐 팔리는 25일 장 마감 뒤 분기실적 발표자리에서 "생산 확대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다"면서 "비용면에서 완전히 경쟁적인 수준에 도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포드는 미 전기차 구매자들이 "내연기관,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해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이때문에 "전기차 가격과 수익성이 급격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시장에 충분한 수요가 있을 때까지 120억달러(약 16조원) 전기차 부문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생산속도 늦춘다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차 생산확대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메리 바라 GM CEO는 24일 분기실적을 발표하면서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미 지역 전기차 가격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 확대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라 CEO는 단기수요 성장 둔화에 맞추는 한편 공학 효율성과 기타 개선을 적용하면 생산비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M은 이달초 전기픽업트럭 수요가 충분치 않다면서 생산확대 계획을 접은 바 있다.

테슬라, 멕시코 공장 건설 연기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업계 1위 업체 테슬라도 고전하고 있다.

올들어 수요 둔화 우려 속에 가격전쟁을 시작한 테슬라는 18일 장 마감 뒤 실적 발표에서 전기차 시장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론 머스크 CEO는 경기둔화와 고금리로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멕시코 기가팩토리 건설도 늦추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전기차 수요 확대 핵심은 비용절감이라면서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생산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단가 낮춰야 생존


자동차 리서치업체 에드먼즈의 제시카 콜드웰은 "지금 같은 고금리 환경에서는 소비자들이 아직 덜 자리가 잡힌 자동차(전기차) 기술을 시험해보려는 의도 자체가 꺾인다"면서 "게다가 이미 전기차 가격은 상당수 소비자들의 예산 범위 밖에 있다"고 말했다.

JD파워가 27일 공개한 보고서도 전기차 시장에 단기적으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JD파워는 컴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이 붐을 타는 가운데 전기차와 내연기관자동차(ICE) 간에 가격 불균형이 존재한다면서 고금리로 예산이 빠듯해진 소비자들이 경제성을 추구하면서 전기차가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JD파워에 따르면 대부분 보급형 컴팩트 SUV ICE가격은 3만4000달러(약 4600만원) 수준인데 반해 동종의 전기차 가격은 5만2000달러(약 7000만원)로 훨씬 높다.

프리미엄급에서는 가격 격차가 덜하다.
프리미엄 SUV의 경우 ICE가 5만3000달러(약 7200만원)인데 반해 전기차는 6만달러(약 8100만원) 수준이다.

JD파워는 다만 보급형 전기차가 이미 시장에 안착해 올해말에는 300만대, 그리고 내년 3·4분기말에는 400만대 판매대수를 기록할 것으로 낙관했다.

아울러 내년에는 전기차 보조금 최대 7500달러가 차후 세금환급 형식이 아닌 구매 당시에 곧바로 돌려받는 형식으로 바뀌는 점도 전기차에 긍정적이라고 JD파워는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